30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대주주에 대한 변경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이 형제 경영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이라며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을, 조현범 사장은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직을 기존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오너 일가 간 불화설을 잠재우고, 앞으로도 두 형제가 흔들림 없이 경영을 함께 해나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대주주가 조양래 회장에서 조현범 사장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 2194만2693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조현범 사장에게 전량 매매한 결과다. 2440억여원에 달하는 거래대금은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주주명단에서 이름을 빼고 조현범 사장이 지분율 42.9%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형인 조 부회장과 오너 일가 지분율은 변동 없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분 매각 보도 하루만에 입장을 정리한 것은 업계에서 나오는 '형제의 난'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조 사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조씨 형제간 불화설이 제기됐고, 차녀인 조희원씨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일각에서는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사장의 퇴임을 추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그룹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형제간 다툼에도 휘말리기 싫어하는 분"이라며 "지난해 말 일상적인 가족 모임이 있었을 뿐 조현범 사장의 퇴임 논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은 이야기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녀인 조희원씨는 그룹 내에서 따로 맡고 있는 직책이 없고, 재단 등을 통해서 사회공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 분 또한 형제간 지분 경쟁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너 일가의 형제 경영이 계속된다면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각각 타이어 사업 경쟁력 강화, 타이어외 신사업 발굴 등을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부회장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현대차와 화해무드 조성에 나섰다. 반면 조 사장은 지난 2014년 자동차 공조시스템 업체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등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한진그룹처럼 표 대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인 조희원씨 지분을 합쳐도 30.14%에 불과하고 국민연금(7.74%)과 기관투자자 등을 끌여들여도 조 사장(42.9%)과 지분율 격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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