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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우산혁명 주역 “홍콩은 종말, 오늘부터 새 공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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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끝내 통과 파장

[중국 전인대 속전속결 입법]

초안공개 뒤 3차례 심의도 생략

러 크림반도 강제합병과 닮은 꼴

[보안법 위축효과 현실화]

독립성향 정당 “활동 불가능” 해산

조슈아 웡 등 일제히 탈당 의사

[국제적 파장 장기화 예고]

미-중 관계 회복 더 어려워지고

유럽연합도 항의성 대응 나설듯


한겨레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30일, 홍콩 경찰이 한 쇼핑몰에서 점심시간 항의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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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과정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단기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닮았고, 파장 또한 국제적 차원에서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문제’를 직접 챙기는 것을 뼈대로 한 홍콩 보안법은 짧은 입법 과정에서 그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달 열린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입법을 예고한 직후부터 중국 지도부는 바삐 움직였다. 통상 두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가 불과 8일 사이에 두차례나 열렸고, 미리 초안을 공개한 뒤 세차례의 심의 절차도 생략한 채 불과 한달여 만에 서둘러 입법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전인대 전체회의가 연기되지 않았다면, 홍콩 보안법 제정이 앞당겨졌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안보 관련 사항은 중앙정부 직할체제로 재편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원장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를 정점으로 홍콩 주재 국가안전부가 신설되고, 홍콩 정부 내에도 캐리 람 행정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안전수호위원회가 설치된다. 안전부엔 중앙정부 요원이, 안전위엔 중앙정부가 임명한 국가안전사무고문이 각각 파견된다.

법정 최고형 등 처벌 조항이 철저히 가려진 채 진행된 ‘깜깜이 입법’인 탓에, 전인대 상무위 통과 이전까지 법안 전문을 본 홍콩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홍콩변호사협회가 29일 공개서한을 내어 “표결 처리 이전에 법안 전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탓이다.

보안법이 열거한 ‘4대 범죄’인 △분리독립 △체제전복 △테러활동 △외부세력 결탁 등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해석의 여지가 넓은 탓에 자의적 적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콩 민주파 입법의원인 마오멍징이 <홍콩방송>에 “홍콩 시민을 억압하고 탄압해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려는 게 보안법의 의도”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보안법의 ‘위축효과’는 이미 현실화했다. 홍콩 독립 성향의 데모시스토당은 이날 오후 “더이상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며 단체 해산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엔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 등 지도부가 일제히 당 탈퇴 의사를 밝혔다.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은 세계가 그동안 알고 있던 ‘홍콩’의 종말을 뜻한다. 이제부터 홍콩은 새로운 공포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썼다. 앞서 ‘홍콩독립연맹’ 창설자인 웨인 챈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인한 국제적 파장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보복 조처를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미-중 관계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영국은 이미 홍콩 인구 750만명 가운데 약 300만명에게 거주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막판까지 보안법 처리 재고를 촉구했던 유럽연합 쪽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 제정으로 ‘홍콩의 중국화’가 진행되면 ‘일국양제’에 대한 대만의 거부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대만해협 양안관계도 격랑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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