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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트럼프, 작년 초 이미 '러 미군 살해 사주' 첩보 보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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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보도 잇따라... 여야, 무대응 일제히 비판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30일 미 아이오와주 디모인 유세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디모인=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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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미군 살해를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 첩보를 보고 받은 적이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복수 소식통은 한 목소리로 올해 2~3월을 ‘보고 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3월 이미 트럼프가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공화당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 묵살 의혹을 질타하는 등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서면을 통해 해당 첩보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보고 시점으로 2월 27일이란 구체적 날짜를 특정하기도 했다. 앞서 NYT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미군 살해를 사주했으며, 미 정보당국이 이를 파악해 트럼프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안은 트럼프가 미군의 피해를 알고도 러시아와 외교관계가 악화하거나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묵살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셈이라 파장이 크게 일었다. 이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NYT 보도를 ‘가짜뉴스’라 칭하며 “어느 누구도 나에게 얘기하거나 보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탈레반 측도 즉각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CNN방송도 이날 “러시아군 정찰총국(GRU)이 미군 살해를 위해 포상금을 지급하려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여러 정보가 올해 봄에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다만 방송은 “트럼프는 일일 브리핑을 항상 끝까지 읽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고는 올렸지만 트럼프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 시점이 1년도 훨씬 넘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P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 말을 빌려 지난해 3월 일일 브리핑에 관련 사안이 포함됐으며, 내용이 불충분하긴 했으나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를 트럼프에게 직접 보고한 정황도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백악관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에 미군 살해를 인지한 점은 트럼프가 러시아를 상대로 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느냐라는 의문을 키운다”고 꼬집었다.

무대응 의혹이 확산되면서 여야 모두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 맥 손베리ㆍ리즈 체니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됐건 다른 나라가 됐건 우리 군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있으면 적극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행정부의 불편한 침묵과 무대응이 미군과 연합군 파트너의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고 맹비난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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