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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김명환은 '감금'되고…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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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난 극복 노사정협약 무산 / 김명환 위원장 직권합의 의지에 / 강경파 “해고금지 명기안돼” 감금 / 결국 협약식장 못 가고 응급실행 / 한노총 “민노총 번복 사과” 촉구 / 총리실도 “추가협상 없어” 선긋기 / 판 엎은 민노총 향후 입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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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불참으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불발된 1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장에서 부축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뉴스1


“이번엔 (사회적 대화 중간에) 나간다, 안 나간다 그런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뒤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이후 처음으로 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6개 주체가 참여한 ‘완전체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22년 만의 대타협을 앞둔 1일 오전 김 위원장의 다짐은 물거품이 됐다. 노사정 협약식을 불과 15분 앞둔 오전 10시15분쯤 국무총리실에선 행사 취소를 공지했다. 김 위원장이 노사정 잠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소속 조합원들에 의해 사실상 ‘감금’되면서 참석이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달 29∼30일 잠정 합의안에 대해 추인을 얻기 위해 연이어 개최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부터 이날 오전 출근길까지 민노총 내 강경파의 항의를 받은 김 위원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날 오후 쓰러져 119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강경파는 ‘해고 금지’ ‘총 고용 유지’ 등 노동계의 핵심 요구사항이 잠정 합의문에 “최대한 노력한다” 등으로 명시되자 이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합의문 폐기를 요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등은 김 위원장을 향해 “총력 투쟁은 마다하고 오히려 자본과 정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대타협을 구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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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합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들이 1일 오전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 입구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에 “(합의안을) 살려가야 한다. 그것을 딛고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며 위원장 직권으로 합의할 것을 시사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민노총은 조만간 또다시 중집을 열어 이번 사태의 후속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은 이날 민노총의 사과를 촉구했다. 기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 중인 한노총으로선 민노총의 제안으로 경사노위 밖 별도의 사회적 대화체가 꾸려지고, 이마저도 민노총의 막판 번복으로 합의가 불발되는 상황을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노총은 논평에서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위기 속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온 한노총으로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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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불참해 있다. 이재문 기자


막판에 합의를 번복하는 민노총의 ‘결정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노총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 이후 내부 반대에 밀려 위원회에서 탈퇴한 뒤 노사정 대화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2017년 당선된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번번이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혀 참여가 불발됐다. 이에 민노총은 지난해 1월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으나 참여안, 조건부 참여안, 불참안 등 상정된 모든 안이 부결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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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 민주노총이 불참하자 협약식을 취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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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 참석했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협약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취소 됐다. 뉴스1


향후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노사정 합의문 발표가 무산된 것에 대해 “합의문을 만들고 발표 날짜까지 정한 상황에서 민노총 내부 사정으로 무산된 것인 만큼 총리실이 나서 추가 협상이나 합의를 제안할 계획은 없다”며 “민노총 입장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20일부터 가동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그것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수·이현미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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