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강경파에 막힌 노사정 대타협…커지는 민주노총 책임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강성파 반대에 노사정협약 불참

사회적대화 사실상 동력 상실론

스스로 제안 파기에 사과촉구도

"제1노총으로서 사회적책임 촉구"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으로 출근을 하며 조합원들에게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항의를 받고 있다. 2020.07.01. 20hwan@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대화를 제안했던 민주노총이 스스로 마침표를 찍지 못하면서 노사정 대타협 불발에 대한 책임론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 민주노총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소수 조합원이 아닌 전체 노동자를 아우르는 정책을 고민해야 하며 그것이 제1노총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예정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 협약식에 끝내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 5월20일 발족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심이 된 회의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한다.

이날 행사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 6명의 참석이 예정됐다.

그러나 총리실에서 10여분을 남기고 행사 취소를 공지한 시각 민주노총 산하 강성 산별노조들은 김 위원장을 막아서고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이들은 노사정합의를 '기업을 살리기 위한 노사정의 야합'이라고 규정하며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합의안은 감염병 사태라는 국난을 맞아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을 도모한다는 대의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권고적 차원에서 '임금과 고용'만이 담겨 원론적 수준의 합의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영계의 임금 삭감 내지 동결, 노동계의 고용보장에 대한 강제성도 빠졌다. 그러나 강성 노조들은 고용유지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 반발했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합의문 추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던 중앙집행위원회 역시 불발됐다. 강성 조직들이 중앙집행위원회(중집) 참관을 밀어 붙이며 일각에서 제기된 김 위원장의 직권 추인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민주노총이 내부 강성파에 짓눌려 지도부 결정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노사정 대타협은 사실상 모멘텀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리실과 정부, 재계는 합의안 무용화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지만 사실상 민주노총을 제외한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합의가 이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에도 노사정대타협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여기에 응했던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강성 노조로부터 사퇴를 압박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노동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국민적인 명령이었다"라며 "40여일간 노사정 주체들이 모여 이룬 합의가 결국 협약식을 갖지 못한 점은 너무나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직권 추인을 한다고 해도 이는 개인의 상직적 퍼포먼스에 그칠 뿐 사회적 합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일단 합의가 결렬된 것에서 더 이상 모멘텀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끌고나가야할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끌여들이기 위한 노력에 다른 대화 주체들이 동의할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비롯한 참석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취소되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07.01. park7691@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사정 합의가 민주노총이 운전키를 쥔 데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을 향해 쏟아질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탈퇴 후 사회적대화에 참여하지 않던 기조를 깨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대화를 화두로 던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대화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실제로 노사정협의에 참여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전날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중집 이후에는 '직을 걸고 합의안을 살려야 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협약식에 참가대행을 보내는 방안 등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소수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제1노총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입장을 제시해왔지만 이제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해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제1노총이 가진 사회적 책임"이라며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자신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체 취업자를 아우르는 노동정책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론의 엄정함을 수용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사회적대화의 전략을 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라면서 "정부도 '당근책'을 제시하며 사회적대화의 완성도를 높이려 하기 보다 현재의 틀에 충실하면서 민주노총이 사회적대화의 룰 속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사회적 대화는 한국노총이 끌고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대화를 처음 제기한 정부와 민주노총이 사회적대화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소모의 시간으로 끝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비록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잠정 합의 내용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실히 논의되고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