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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충북도 ‘숨은 영웅’ 뽑힌 ‘여명의 검객’ 전용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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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근무한 총무과 주무관

21년간 매일 새벽 신문기사 갈무리


한겨레

충북도 총무과 전용빈 주무관. 사진 오윤주 기자


21년 동안 새벽을 누빈 ‘여명의 검객’ 전용빈(54) 충북도 총무과 주무관이 ‘숨은 영웅’으로 뽑혔다.

전 주무관은 1일 충북도 대회의실에서 열린 ‘함께 하는 충북’ 10돌 기념식에서 충북도가 뽑은 ‘숨은 영웅’으로 선정돼 이시종 충북지사의 표창을 받았다.

전 주무관은 1996년 9월10일 공식 임용돼 충북도에서 일해왔다. 1992년 12월 충북도 소식지 <새충북> 편집보조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 것까지 더하면 28년째 충북도에서 근무중이다.

그는 1994년부터 2015년까지 21년 동안 매일 신문기사 등을 스크랩(갈무리)하는 일을 했다. 지금이야 언론사 누리집 등에 오른 기사 등을 한 데 모으는 ‘전자 스크랩’을 하지만 그땐 주요 신문기사 등을 일일이 칼·가위로 오려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는 기사를 갈무리하고자 조간신문이 배달되는 새벽 5~6시면 출근해 일과를 시작했다. 청주 봉명동~충북도청을 오가는 새벽 첫차의 단골손님이었다. “대개 아침마다 에이4 용지로 40~50쪽 정도를 스크랩하는 데 평균 기사 60~70개 정도는 오려 붙이곤 했어요. 아마 기자 등 언론인보다 기사를 더 많이 봤을 걸요.”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원종 전 충북지사는 그에게 ‘여명의 검객’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새벽마다 기사를 오려 갈무리하는 그를 본 이 전 지사의 선물이었다.

그는 자르는 데만 도통한 게 아니라 기억하는 데도 고수다. 여러해 지난 기사도 말만 하면 척척 찾아내 ‘걸어 다니는 기사 검색기’로 통했다. 공보관실을 벗어나 총무과에서 도청 방호, 보안 업무 등을 하면서도 검객의 명성을 살려 칼 같은 일 처리로 정평이 났다. 그는 “크든 작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숨은 영웅’이란 표현은 너무 과하지만 기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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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가 1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우수부서에 선정된 직원, ‘숨은 영웅'으로 발굴된 직원 등과 ‘함께하는 충북' 10돌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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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급 대원으로 2200여 차례 출동해 1200여명을 구급하고, 150여 차례 헌혈을 기록한 성주현(38) 청주동부소방서 소방장, 코로나19 방역 등에 힘쓴 지동식(45) 충북도 보건정책과 주무관, 친절 청원경찰 곽병철(38)씨 등 21명이 ‘숨은 영웅’으로 뽑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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