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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단독] '선택적 패스제' 후폭풍...장학재단 “원점수 기준 장학금 지급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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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등록금 반환·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긴급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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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대학이 ‘선택적 패스제(A~D 학점을 받을 경우 패스ㆍ논패스 선택)’를 도입한 가운데 2학기 국가장학금 선정 기준을 두고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학점 인플레이션 우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한국장학재단은 선택적 패스제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원점수를 기준으로 국가장학금을 지급할지를 검토 중이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대학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성적이 잘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장학금 심사에서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패스제 적용 이전의 원점수를 기준으로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Ⅰ(학생 직접지원형)의 재학생 성적 심사 기준은 직전 학기 12학점 이상 이수ㆍ80점(100점 만점ㆍB 해당)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기초ㆍ차상위 계층의 경우는 70점(C 해당)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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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면 시험에서의 감염 우려 탓에 1학기 기말고사를 목전에 둔 학생들과 학교 측과의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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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대학의 경우 A~D 학점을 받았을 때 학생들이 원점수 대신 패스(Pass)를 선택할 수 있다. 이때 해당 과목은 이수 학점에만 반영될 뿐 학점 평점에 계산되지 않는다. 한국장학재단 측은 평균 성적 이하인 C나 D를 받아도 패스를 선택할 경우 학점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장학금 심사 기준을 통과하기가 더 쉽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상대평가 방식이 아니라 기준 충족시 모두 선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학교에서 장학금 수령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비도입 학교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학기 기준 약 143만명의 대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89만명이 1인당 평균 178만원의 국가장학금 지원받았다. 학교별 인원이 정해지진 않고 재단이 정한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장학금이 지급된다.



대학들, 달라진 장학금 심사 기준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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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는 지난 5일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강의로는 상대 평가가 어렵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홍익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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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대학들은 변경된 제도에 따라 달라진 내부 장학금 심사 기준을 잇달아 공지했다. 특히 성적 우수 장학금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학점 세탁’을 우려해 일점 학점 이상 원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홍익대의 경우 경영대학ㆍ법과대학 등 대부분의 단과대학에서 패스 신청 과목을 제외하고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는 기준이 세워졌다. 한 학생회 임원은 “사전에 학생 측과 충분히 조율된 내용이다. 변한 상황에 맞게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도 성적 우수 장학금의 경우 패스제 신청 이전의 최초 성적으로 선발하기로 결정됐다. 다만 다른 교내 장학금이나 교외 장학금은 패스제가 적용된 최종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동국대 20학번 조모(19)씨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패스제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적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라며 “모든 장학금 심사 기준을 원점수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서강대의 경우는 한 과목 이상만 원점수를 받으면 된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이에 대해 서강대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2017년부터 성적 장학금 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에 형식적 절차라고 보면 된다. 성적을 중심으로 나눠주는 장학금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도 딱히 불만이 없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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