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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文,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노력 등 '촉진자역' 카드 다시 꺼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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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대화 여의치 않은 상황, 남북 관계 개선만으로 돌파구 찾기 어려워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노력 등 '촉진자역'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열린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북미 간 대화는 북미정상회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최근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작게 점친 것을 고려하면 이는 다소 의외로 보이기도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말에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런 언급에도 북미정상회담 노력에 불을 지핀 것은 북미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톱다운'식 해결 여지가 남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도 북미 정상이 서로를 직접 비난하는 언사는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노동당 군사중앙위원회 예비회의에서 기존에 밝혔던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도 했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하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유효한 상황에서 북미 정상 간 신뢰가 여전하다면 문 대통령도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재선 가도가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을 흔들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시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의 대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현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철도·도로 연결 등 북미 관계를 바라보지 않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물론 남북 연락선 차단 등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백악관의 현안에서 비핵화 이슈가 후순위로 밀릴 확률이 높은 만큼 문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뭐든지 시도해봐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는 시나리오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이번 판단의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을 쓴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미 정상 간 신뢰가 원점으로 돌아가거니와 북미 대화가 오랜 시간 교착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1일 여야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으로 인한 대치로 문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사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5일 개원연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 연설문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메시지 분량이 아니라 30분 이상되는 분량의 긴 연설문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공이 들어갔을지는 짐작이 가능하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연설이 개원식이 계속 지체되면서 상황이 바뀌어 구문이 돼 버렸다. 그래서 연설문을 다시 준비했다. 전면 개작을 해야 했다. 그런데 또 협상 타결이 안 됐다. 완전히 연설문을 또 한 번 새로 써야했다"며 "지난 주말에 대통령은 주말을 반납하고 연설문 작성에 몰두했다. 그런데 또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6월5일 이후 20여일간 문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문을 3번 전면 개작했다. 크고작은 수정 작업을 포함하면 모두 8번의 연설문을 고쳐 썼다"며 "연설문에는 코로나로 인한 국난극복 의지, 한국판 뉴딜 등 경제문제가 주요한 주제였다. 연설문에 담긴 내용대로 사실 지금껏 그래왔지만, 대통령은 국난극복을 위한 경제행보와 국민의 삶을 보듬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30분 이상 분량의 연설문이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면서 "대통령이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일이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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