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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IT과학칼럼] 코로나가 밀어낸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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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재난이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치고 있는 영향이 가히 세기의 현상이다. 일상생활과 경제·문화·환경의 변화는 진행형일 뿐만 아니라 예측이 어려운 미래형이기도 하다. 2019년과 비교 제시되는 거시경제의 수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우울하고 절망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의 영향으로 나아진 면도 있으니, 겨울과 초봄에 발생했던 고농도 미세먼지의 습격이 사라진 것이 그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당시 국가적 재난이라던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로 고생했고 외출할 때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가정과 직장의 건물 환기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연하면서 반대급부로 미세먼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에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월의 하늘은 지난해의 희뿌연 공기의 기억마저 되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청명한 색상을 뽐냈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의 혼탁한 대기가 어찌 된 일인지 하루아침에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고농도 사고가 일어나는 날의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나 생성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분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다양한 발생원으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는 발생 과정이 복잡 다단해 측정이 어렵고 기후와 날씨 조건에 따른 2차 생성 과정에 대한 일부 기본적인 연구에 더해 조각 이론과 일부 측정치로부터 총량을 추산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계산만 이뤄지고 있었다. 게다가 고농도 미세먼지 중 국내에서 생성되는 양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양의 비율도 정확한 측정값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생원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해 추산하는 값이라서 신뢰하기 어려웠다. 중국 등 외부에서 발생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양이 80~90%에 이른다고 했다가 중국의 발표값이 낮아지면 줄어든다고도 해 결국 중국발 영향을 32%로 결론 짓는 등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흥하기 시작하던 2월이 우리나라 산업과 수송에 변화가 없던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미세먼지의 연원에 대한 진실은 태연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는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의 증가로 인한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지만 석탄화력발전과 노후 경유차 등을 아무리 좨쳐도 평균값은 조금 낮추더라도 고농도 사태의 최악의 상황은 우리 힘으로 막기 어렵고 국제 공조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중국이 공장을 일부 가동하기 시작한 5~6월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코로나19의 재난에 처한 현재의 상황에서 중국발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긍정적 효과를 거둔 면이 또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때문에 필수품이 된 마스크에 익숙해져서 코로나 감염에 맞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 큰 훈련이 됐고, 마스크 기술과 시장이 커지게 된 것도 미세먼지가 준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응해 숨쉬기 힘들게 촘촘한 마스크를 극복해 숨쉬기 편하면서도 필터의 차단 성능이 버금가는 기술을 개발, 우리 방역에도 기여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이룰 수도 있었다. 미세먼지는 코로나19에 악역을 내줬지만 미세먼지에 대항한 기술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신산업을 일으킬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위기를 이겨낼 자극제 역할도 했다는 것을 작은 위로로 삼을까 보다.

배충식 KAIST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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