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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골칫덩이 전락한 전기로…현대제철, 전기로 열연설비 매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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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제철(004020)이 전기로 열연공장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철강 업황이 악화된 데다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전기로 열연설비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전기로 열연사업을 중단한 포스코(005490)와 KG동부제철도 아직까지 전기로 열연설비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전기로는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폐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한다. 뜨거운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여서 철강을 만드는 고로와는 생산방식에 차이가 있다. 전기로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건설비 부담이 적은 데다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로보다 철강품질이 떨어져 마진율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

조선비즈

KG동부제철의 충남 당진 전기로 제철 공장. KG동부제철은 2014년 10월 전기로 가동을 중단하고 2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매각을 성공하지 못했다. /KG동부제철



국내 철강업체가 전기로 열연설비를 잇따라 가동 중단하는 이유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가격과 고철 수입 가격이 오르며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5년까지 전기로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 내 전기로가 늘고 고철 수요가 늘면서 철스크랩 가격이 2배로 뛰었다. 산업용 전기료(105.8원)도 지난해 주택용 전기료(104.8원)를 넘어설 정도로 전기료 부담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 문제가 지속해서 나오는 데다 고철 수입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고로보다 전기로 열연설비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라며 "중국은 자체적으로 스크랩을 조달할 수 있어서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KG동부제철은 일찌감치 전기로 열연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앞서 KG동부제철은 2014년 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열연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포스코도 2015년 광양 하이밀 열연공장 전기로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 하공정 설비인 켐(CEM) 라인 가동도 중단했다.

하지만 양사는 전기로 열연설비를 중단한 지 수년이 지났어도 설비 처리를 하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다. 국내·외 철강업체들이 업황 악화에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어서 코로나19 이후를 기대해야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KG동부제철은 2017년 이란 철강업체에 전기로를 매각하려다 실패하고 또다시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KG동부제철은 올해 1분기까지 우선협상자인 LNS네트웍스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파키스탄 열연공장에 전기로를 넘긴다는 계획이었지만 매각이 연일 밀리고 있다.

KG동부제철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와 설비·자금문제에 이견이 있어 아직까지 협상을 하고 있다"이라며 "세부 계약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포스코도 지난해부터 하이밀과 켐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우선매수자인 국내 중소기업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지만 컨소시엄이 자금문제로 매매를 포기해 또다시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현대제철도 전기로 열연공장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전기로 매각에 실패할 경우 전기로 열연설비를 뜯어고쳐 철근, 봉형강용 전기로로 바꾸거나 설비를 부숴 고철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기로 열연공장을 매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지만,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매각 희망자를 찾으면서 부지, 설비 활용방안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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