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최소 830억원 열흘 안에 못 빌리면…이스타항공 파산 수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분석]

중앙일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분석] 제주항공이 요구한 M&A 선결조건 따져보니…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제주항공이, M&A 성사를 위해서는 이스타항공이 미지급 채무를 자체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스타항공이 이를 모두 해결하려면 당장 열흘 안에 83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여력이 없는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일 다수의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전일(1일) ‘10일 이내에 선결조건을 자체적으로 해소한 뒤, M&A 거래 종결(deal closing)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중앙일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이 내건 선결조건의 핵심은 이스타항공의 미지급채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가 지난 3월 2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이스타항공에 쌓인 빚을 이스타항공이 먼저 갚아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종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제주항공이 해결하라고 요구한 빚의 규모를 항공업계는 최대 11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단 매달 임직원에게 지급했어야 하는 휴직수당을 비롯한 인건비가 매월 약 60억원씩 쌓였다. 또 비행기·사무실 임차료, 세금, 주기료·보험료·차입금 등 고정 비용을 한 달에 90억~140억원 가량을 지출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4일까지 항공기를 운항했다. 당시 3월 한 달 동안 운항을 위해 쓴 조업비·유류비 등으로 200억원 이상을 별도로 지출했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최소 830억원에서 최대 1100억원 가량의 채무가 SPA 체결 이후에 쌓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일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서 1000억대 자금 조달 어려워



제주항공이 요구한 또 다른 M&A 선결조건도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제주항공은 그간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타이이스타제트)이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무(3100만달러·373억원)를 지급보증한 사안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1일 제주항공 측에 발송한 서한에서, 한 금융회사가 해당 계약을 대체보증하는 방식으로 지급보증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대체보증 계약서와 같은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급보증을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체결한 SPA 계약서상 일부 문구 수정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는 M&A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수준의 심각한 요구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최종구 대표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10일 이내에 830억~1100억원의 빚을 청산할 경우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단시일에 수백억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사실상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상황이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이미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1042억원·1분기 기준)상태고, 협력사에 대금을 연체 중이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임직원에게 월급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노사 간담회에서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열흘 후 이스타항공이 파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지급채무를 해소하라는 제주항공의 요구안에 대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조종사 노조)은 “제주항공과 애경그룹이 5월부터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제주항공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조종사 노조는 “애경그룹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2일 중 집회 신고를 신청하고, 다양한 집회 방안을 통해 억울함을 알리겠다”고 언급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