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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홍콩 보안법 통과

15살 청소년 끌고간 보안법…홍콩 시위대 370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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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늦은 밤까지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홍콩 독립’ 깃발 든 15살 청소년도 체포

“기본법과 충돌, 인권·자치권 침해 우려”

추가 제재로 압박 수위 높이는 미국

영국·호주·대만, “홍콩인에 피난처를”


한겨레

1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붙잡힌 시민들을 진압경찰이 감시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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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중국 반환 23주년을 맞은 1일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안팎의 비판에도 중국은 홍콩 정부 내에 신설되는 국가안보수호위원회 비서장을 임명하는 등 홍콩 보안법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경찰은 전날 늦은 밤까지 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인 시민 370여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홍콩 독립’이라 적힌 깃발을 들고 있던 15살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4명과 남성 6명 등 적어도 10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홍콩 독립만이 유일한 길”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보안법에 정면으로 맞섰다.

홍콩 몫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인 탄야오쭝은 전날 <홍콩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홍콩 보안법이 가혹하다면 아무도 거스를 수 없었을 텐데,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은 그리 가혹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광복홍콩’이란 구호나 ‘홍콩 독립’이라 쓴 깃발은 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보안법 발효 이후 더 이상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이제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아 홍콩을 반중활동의 근거지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보안법 전문이 뒤늦게 공개된 이후, 홍콩 안팎에선 비판과 우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홍콩 변호사협회는 전날 밤 16개 항목에 걸친 성명을 내어 보안법 규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단체는 “보안법 조항 상당수가 홍콩 기본법과 충돌하고 있다”며 “사법부 독립은 물론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며, 홍콩에 보장된 고도의 자치권과 일국양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변호사이자 법학자인 에릭 청은 페이스북에 “홍콩 보안법은 내가 예상했던 최악을 뛰어넘는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상무부·재무부 등과 함께 미국 기업들에 신장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의 강제노동이나 인권유린에 연루된 단체들과 공급망을 연계하면 법·경제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안법 시행으로 홍콩도 이제 중국 공산당 치하의 여느 도시나 같아졌다”며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하원도 이날 홍콩의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데 관여한 중국 당국자들과 거래한 은행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하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 이례적으로 출석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말을 따 “홍콩 보안법은 홍콩인에 대한 잔혹하고 전면적인 탄압”이라며 “일국양제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전했다.

홍콩 보안법 시행과 함께 영국 정부가 약 300만명에 이르는 ‘재외국민여권’(BNO)을 소지한 홍콩인의 이주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도 “홍콩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대만 정부는 미리 예고한 대로 전날 홍콩인의 취업과 이주 등에 대한 지원을 전담할 ‘대만-홍콩 복무·교류 사무소’를 출범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어떤 인물이나 세력도 중국의 주권과 안보, 개발 이익과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침해하면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 당국이 에릭 찬 홍콩 행정장관실장을 신설되는 국가안보수호위원회 비서장에 임명하는 등 홍콩 보안법 안착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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