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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단독] 방심위 시사보도 신속심의 64%는 국힘·공언련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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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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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방심위가 처리한 ‘시사보도 신속심의’ 안건 셋 중 둘은 보수 성향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와 국민의힘에서 넣은 민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 대상은 대부분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거나 여권에 불리한 보도·논평이었다. 대통령·여당 추천으로 위촉된 방심위원들이 이른바 ‘가짜뉴스’를 명목으로 자의적으로 신속심의에 나서면서 공정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이해민 의원실(조국혁신당)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방송심의 안건 중 신속심의’ 자료를 보면, 류희림 위원장 취임(지난해 9월) 뒤 지난달 25일까지 의결을 마친 신속심의 안건은 모두 48건이다. 스포츠 중계, 공연 실황 등을 빼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다룬 안건은 44건이었는데, 이 중 70%(31건)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하거나 여권에 불리한 내용이었다. 신속심의란 접수 순서에 따른 심의 원칙을 제쳐두고 심의위원 판단으로 안건 심의를 앞당기는 절차다.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다룬 와이티엔(YTN)과 문화방송(MBC) 프로그램이 모두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되어 각각 법정제재 ‘경고’, ‘주의’를 받았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의 경우, 이를 정정하라는 법원 판결을 비판한 보도, 방심위의 과징금 제재를 비판한 라디오 방송, 가처분 재판에서 과징금 제재가 중단된 사실을 전한 보도가 모두 ‘신속심의’됐다.



류희림 방심위의 신속심의 채택 편향성은 민원 접수 주체에서도 관찰된다. 한겨레 추가 취재 결과, 신속심의 대상이 된 단체 접수 민원 27건 중 26건은 보수 성향 단체 공언련에서, 정당 민원 7건은 모두 국민의힘에서 접수한 민원이었다. 단체·정당의 중복 건을 고려하면 신속심의 대상이 된 시사보도 프로그램 안건(44건) 중 28건, 64%가 공언련·국민의힘 민원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넣은 민원이 신속심의된 사례는 없었다.



한겨레는 지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때도 공언련과 여당이 단체·정당 민원을 도맡아 넣은 사실을 보도한 바 있는데, 시사보도 프로그램 전반에서 ‘가짜뉴스 신속심의’란 명목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심위는 원래 9인 체제인데 지난 7월 류 위원장 연임 이후 그를 포함해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 3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유의 ‘3인 체제’에서도 방심위는 17건의 신속심의 안건을 처리하는 등 그간의 심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겨레

지난 1월16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출연해 김건희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방송을 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해당 내용을 신속심의해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문화방송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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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심의는 특정 안건을 우선 심의하는 것만으로도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는데, 방심위가 그 기준으로 ‘가짜뉴스’, ‘허위조작 콘텐츠’라는 주관적인 기준을 내세우면서 그간 ‘신속심의를 정권 비판 보도 입막음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류희림 방심위는 지난해 9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켰다가 내부 직원들의 반발 속에 운영을 중단하고, 대신 ‘가짜뉴스 신속심의’ 절차를 상설화했다. 방심위 누리집에서 ‘가짜뉴스(허위조작 콘텐츠) 신속심의 신고’ 배너를 통해 민원을 받고, 이 가운데 위원장 단독 혹은 위원 3명 이상이 동의한 안건을 회의에 먼저 상정한다.



더욱이 지금은 류희림 위원장이나 대통령·여당 추천 위원들이 직접 신속심의할 안건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전임자인 정연주 방심위원장 시절에는 신속심의 상설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6건의 신속심의를 했지만, 이태원 참사, 태풍 힌남노 피해 등 재난 관련 내용을 주로 다뤘으며 모두 공개회의를 거쳐 신속심의 여부를 결정했다. 정연주·류희림 위원장 시기를 모두 거친 김유진 전 방심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원을 순서대로 처리하지 않고 위원들이 일부를 선별하기 시작하면 심의 공정성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며 “신속심의가 정당성을 갖추려면,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상황에서의 긴급성, 그리고 전체 위원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민 의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방송심의권 횡포는 ‘방송 입틀막’ 계엄을 선포한 것과 같다”며 “류 위원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들은 즉각 사퇴로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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