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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청년아 청년아 우리 청년아 - 이기훈 [허성호의 내 인생의 책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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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객체’가 된 청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대한민국의 청년은 어쩌다가 이토록 사회적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가 되었는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소위 청년정책에 쏟아붓고, 각종 위원회가 난립하다 못해 각 정당에서는 청년 몫의 금배지까지 급조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청년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 한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해서 EBS 다큐프라임 <역사의 빛 청년> 10부작을 지난해 제작했다. 이 역사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주교재 격이었던 <청년아 청년아 우리 청년아>는 근대의 산물 ‘청년’의 기원과 변천을 분석한 역사연구서이다.

‘청년’이라는 이름이 그 사회의 중추를 의미하는가, 그저 국가와 자본의 이익 창출에 동원되는 도구인가. 청년의 역사는 요새 쏟아지는 청년정책들이 왜 근본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답을 준다.

1960년의 4·19세대와 1987년 민주화세대는 청년 시절 역사 변혁의 주인공이 되어 꽤 오랫동안 이 사회를 이끌어왔다. 그 청년세대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의 역사를 뒤바꿨던 지점에는 처절한 희생과 동 세대 내의 연대의식, 세대를 초월한 보편적 지지가 있었다. 이를 자양분으로 그 세대는 사회를 이끌어갈 동력을 얻는다.

불행히도 내가 속한 세대는 역사 변혁의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다. 어느덧 기득권이 된 자들이 더 강화해놓은 ‘입시-취업-결혼-육아-아파트’라는 쳇바퀴 속에서 그저 역사의 객체로 전락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청년의 희생·연대의식이 사치이고 오지랖인 사회에서 청년의 에너지를 바라는 것은 몰염치다. ‘을(乙) 간의 전쟁’을 벌이다 탈진한 채 나도 어느덧 청년 신분과 작별 중이다.

허성호 E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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