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1000만명 넘어도 / 美·中, 협력아닌 정면충돌 양상 / 강대국의 리더십 실종된 상황 / 韓, 자체 외교적 공간 만들어야
그래서인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질 무렵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초국경적 위기 상황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조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성되기도 하였다. 국가와 국경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안보 문제와는 달리 전염병이나 대규모 재난과 같은 위기는 국경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 역시 국경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전 세계적 전염병 창궐의 위기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격화일로를 걷던 양국의 갈등 양상도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던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
사실 전 지구적인 재난 상황에서 국가들이 협조하는 것은 이미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제시된 바 있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상황이라든지, 지구의 핵이 비이상적으로 가열되는 상황이라든지 한 국가 혹은 몇몇 국가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해낼 수 없는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국가들은 체제의 차이와 개별 국가의 이익을 넘어서는 협조를 하게 되고 그러한 협조를 통해 인류가 결국에는 위기를 극복하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할리우드의 감동 스토리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코로나19로 촉발된 상황은 개별 국가의 이익을 넘어서는 대응을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위기로는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51만명이 사망했음에도 이 정도 수준의 위기는 아직 국경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국가 차원을 넘어서는 수준의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위기로는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큰 위기가 와야 협조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국제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여 그러한 위기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의 가장 큰 교훈이 되어야 함에도 그러한 사전 조치는 아직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은 초국경적인 위기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개별 국가들 간의 차이를 넘어서는 국제적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함에도 두 국가 자체가 자국의 이익을 넘어서는 인식 자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방역의 모범을 보인 몇 안 되는 국가로 전 세계에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강대국의 리더십이 실종된 이때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힘을 바탕으로 한 극도의 현실주의가 지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수의 결집을 바탕으로 한 제도라는 것이 역할을 할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만의 힘은 약할 수 있지만 제도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우리의 힘을 배가시킬 수 있다. 그러한 공간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외교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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