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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제동 걸린 윤석열, 반격 나서나…오전 ‘고검장 회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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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공정성 담보 어렵다’ 판단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 반발에도

윤석열, 측근 연루 사건 지휘하자

추 장관, 자문단 강행 전날 ‘제동’

지시 이행 땐 수사 급물살 탈 듯

지휘서 받은 윤석열의 선택은?

법무부 “수사 제대로 진행 목적”

‘총장 거취와 무관’ 선 그었지만

2005년 지휘권 발동 땐 총장 사퇴

자문단 아예 중단하는건지 묻자

대검 “내부의견 수렴” 즉답 피해


한겨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을 다중노출기법으로 촬영한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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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 유착 의혹 관련 수사지휘를 한 지 약 5시간 뒤인 오후 5시40분께 대검 대변인은 “내일 전문수사자문단은 소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시대로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3일 예정됐던 수사자문단 일정을 일단 보류한다는 건지 등의 질문에 대검 쪽은 “이후 상황을 오늘 답변하기 어렵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수사자문단 심의 일정은 일단 취소하지만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내부 의견수렴을 한 뒤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3일 열리는 검사장 회의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거취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휘서 받아든 윤 총장의 선택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권에 대한 문민통제’ 수단이지만 현실에서 작동할 땐 단순한 법무-검찰 내부 규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사권 침해’로 받아들여 실제로 총장이 항의의 뜻으로 옷을 벗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그만 나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200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한 천정배 장관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구속 여부를 놓고 천 장관과 김종빈 검찰총장의 이견이 계속되자 천 장관은 2005년 10월12일 팩스로 대검찰청에 ‘불구속 수사’ 지휘서를 보냈다. 사상 초유의 지휘권 발동에 김 총장은 ‘지휘 수용 뒤 사퇴’를 선택했다. 김 총장은 사퇴의 변으로 “장관이 이번에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청법에 따라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되 외풍으로부터 수사팀을 보호하지 못했으니 검찰총장이 이를 책임지겠다는 논리였다. 이 사건 이후로 ‘장관의 수사지휘=총장 사퇴’라는 공식이 통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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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진행시키려는 게 이번 지휘권 발동의 목적이지 윤 총장의 거취를 논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2005년 지휘권 발동 때는 ‘외풍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총장의 사퇴가 가능했지만 이번 지휘권 발동은 측근 검사장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받는 윤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한다는 점에서 사건의 성격도 다르다. ‘수사팀을 지켜주지 못해’ 사퇴한다는 논리가 어색한 상황인 셈이다.

장관 지휘 이행되면 수사 급물살

2005년 첫번째 지휘권 발동 당시 대검 수뇌부가 정리한 대응 시나리오는 △지휘 불복 뒤 총장 사퇴 △지휘 수용 뒤 총장 사퇴 △조건 없이 수용, 3가지였다. 법무부 장관이 법이 규정한 권한을 행사한 수사지휘를 검찰총장이 거부하는 건 검찰청법 위반이다.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아닌 지휘권 수용 여부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기에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어떤 형태로든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윤 총장이 추진했던 수사자문단 심의는 철회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최종 수사 결과만 윤 총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대검과 협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던 이동재 전 기자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한동훈 검사장 소환 조사 등이 가능해지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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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수사자문단 폭주에 ‘급제동’

15년 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된 직접적인 계기는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 강행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2일 “3~4일 전까지만 해도 수사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윤 총장이 수사자문단 구성을 강행하면서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검-언 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수사자문단 구성은 검찰 내부 규정도 어기고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뒤집은 윤 총장의 편법과 무리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지난 4일부터 “대검 부장회의는 총장에게 보고 없이 수사지휘 사안을 결정하라”며 수사지휘 회피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권한이 없는 피의자(채널에이 이동재 전 기자) 쪽 변호인의 ‘진정’을 받아들여 이를 대검 부장회의의 정식 안건으로 올렸고 대검 부장회의의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윤 총장의 독단은 이의제기를 하며 수사자문단 구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배제하고 자문단 구성을 마친 대목에서 정점을 찍었다. 추 장관이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는 수사자문단 소집부터 우선 막아야 한다고 보고 지휘권을 발동한 이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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