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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우산혁명 주역` 네이선 로…홍콩보안법 피해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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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네이선 로


지난 1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헥시트(Hong Kong+Exit)'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인 네이선 로 전 데모시스토당 주석이자 전 홍콩 입법회 의원이 법 시행에 앞서 해외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중 인사에게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홍콩보안법이 발효되자 큰 위협을 느낀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해외에 망명 의회를 설립해 활동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대만, 호주 등 국가들은 홍콩인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미국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른 보복 조치로 '홍콩 자치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중국은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강경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로 전 주석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이미 홍콩을 떠났으며 국제적 차원에서 홍콩에 대한 지지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자신의 홍콩 탈출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행방과 상황에 대해 너무 많이 밝히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로 전 주석은 조슈아 웡과 함께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 투쟁인 우산혁명을 이끈 뒤 2016년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한 인물이다. 로 전 주석은 앞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러나야 한다"며 "중국을 망치는 시 주석 대신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중국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홍콩 온라인에선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체포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화 인사 54명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돌았는데 여기에 로 전 주석과 조슈아 웡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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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정부에서 망명 승인을 받은 사이먼 정 전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 직원은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이 해외에 망명 의회를 설립하는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콩 시민의 뜻을 확실히 반영하는 비공식 시민단체를 만들어 중국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마음대로 짓밟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보안법 공포에 홍콩 민주화 인사뿐만 아니라 홍콩 기업과 부호, 시민들 사이에서도 홍콩 탈출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주재 다국적기업들 가운데 싱가포르 등지를 대체 지역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홍콩 부호들은 자산을 싱가포르, 영국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시민들의 해외 이민 문의도 크게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 내 다국적기업은 홍콩보안법의 추상적인 조항과 자의적 법 적용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 기업과 분쟁이 일어나면 법 위반으로 해석돼 경영진이 기소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조 차우 홍콩 중소기업상공회의소 회장 말을 인용해 "기업들은 새로운 게임(홍콩보안법)의 룰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영국, 호주 등 서방국가들은 홍콩 시민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홍콩 난민법'을 발의했고, 영국 정부는 지난 1일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을 대상으로 영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정부도 홍콩 시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콩 이슈로 중국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미국은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2일 홍콩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관료와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홍콩 자치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이 법안은 정식 발효된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는 이날 "미국은 국제법과 국제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미국은 홍콩을 게임 속 카드로 여기고 있다"며 "미국이 홍콩을 통해 제재를 가하면 미국도 홍콩과의 교역에서 대규모 손실을 볼 것이고 달러 위상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국무원은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설치된 홍콩 국가안보수호위원회 비서장에 찬궉키 홍콩 행정장관 판공실 주임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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