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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박지원 "文 위해 충성 다할것…정치의 `政`도 꺼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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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안보라인개각 ◆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임으로 내정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3일 청와대가 단행한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78세의 고령인 데다 야당에서 활동했던 박 전 의원이 국정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집권 이후 줄곧 국정원장을 지내며 대북 '핫라인' 역할은 물론 국정원 개혁에 속도를 내온 서훈 원장을 대체할 인물을 찾는 데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고심 끝에 나온 것이 바로 '박지원 카드'다.

청와대가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한 가장 큰 이유는 경색된 남북 관계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DJ)정부 시절인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큰 공을 세운 대표적인 대북통 인사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폐쇄한 가운데도 유일하게 유지됐던 게 국정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이라며 "자칫 서 원장의 이동으로 대북 핫라인의 공백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DJ정부 대북통이었던 박 전 의원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은 초기부터 검토됐던 후보였다"며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대북 전문가로서 그만 한 인물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박 전 의원의 능력에 대해서도 신뢰를 드러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 상황 판단 능력이 탁월하다"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 국정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북한이 강원도 통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을 비난했고, 조선중앙통신은 "마치 자기가 6·15 시대 상징적인 인물이나 되는 것처럼 주제넘게 자칭한다. 이번에도 설태 낀 혓바닥을 마구 놀려대며 구린내를 풍기었다"고 그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박 전 의원이 국정원장 후보자로 전격 발탁되면서 지난해 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임으로 박 전 의원이 거론됐던 일화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호남 총리론'과 '탕평인사'를 근거로 박 전 의원의 총리 발탁설이 제기됐었다.

한편 박 전 의원은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사실이 전해진 후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여의도를 떠난 이후 방송 등에 출연하면서 정치평론가로서 활동했던 역할도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의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며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끝으로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손일선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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