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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2000·2018 남북회담 주역 박지원·서훈 택했다…文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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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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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집권 2기이자 하반기의 외교 안보 라인은 대북 정책 드라이브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띄우며 남북, 북미 대화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인사도 이런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3일 대통령 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을,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외교·국방·통일 장관과 더불어 정부 외교 안보 정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보실장·국정원장에 대북 정책에 특화한 인사들을 기용한 것이다. 이로써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박지원 후보자)과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의 주역(서훈 후보자)이 외교 안보 라인의 전면에 포진하게 됐다.

박 후보자는 6·15 때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북한과 4차례 비밀 접촉을 갖고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었다. 서 후보자는 2018년 4·27 회담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 후보자는 최근 남북한 공식 대화 채널이 닫힌 국면에서도 남북한 정보 기관 간 채널로 소통을 계속 해왔다고 한다. 이런 점을 문 대통령이 높이 사 그에게 외교안보 라인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겼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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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 출마한 민생당 박지원 후보가 지난 4월 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선거캠프에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퇴장하며 "기도하며 지켜보자"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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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통일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 리더 격인 이인영 의원을 낙점한 것은 남북 교류 사업 주무부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남북 관계의 강한 돌파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여권과도 소통이 되는 이 의원의 내정 소식에 통일부 내부에선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급 대화는 주로 청와대와 국정원이, 북·미 대화는 외교부가 주도하게 되면서 통일부 일각에서는 대북 정책에서 소외된다는 불만이 있었다.

이번 인사로 문 정부 초기 외교 안보 인사들이 회전문으로 자리를 지키게 된 측면도 있다. 정권 출범(2017년 5월) 때부터 2019년 초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 직전 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실장도 각각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대북 유화 기조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이지만, 하반기 외교·안보 전략이 ‘남북 관계 올인’에 치중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마당에 대북 정책 전문가들이 전면에 포진하면, 한미 동맹은 물론 일본·중국 등과의 외교·안보 문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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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헌추진론’ 논란에 대해 불가 원칙을 밝혔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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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이번 인사는 대북 햇볕정책의 강화”라며 “2000년대 초반 북한이 핵 보유국가가 되기 전에는 유효했지만, 미중 냉전 구도와 미국의 변화 하는 한반도 전략, 지난 달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진 북한의 대남 외교 전략에 부합하기 어려운데도 이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이번 인사가 미국에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대북 강공 드라이브’를 걸다가는 미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달 북한의 대남 공세에 여권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국회 비준해야 한다”“한미 워킹그룹을 폐지해야 한다” 등 강경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즈음 박지원 내정자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남북문제 돌파를 위해)미국의 설득이 필요한데 미국이 너무 지나치게 제재할 때는 가서 한바탕 해야 된다(6월 19일)”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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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정원장(왼쪽)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이 끝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앞쪽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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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앞서 나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비롯한 대북제재를 유지해 북한 정권의 돈줄을 마르게 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의 거의 유일한 레버리지라고 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도 이 같은 시각이 담겨 있다.

미국과 별개로 북한의 태도도 변수다. 지난달 북한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의 담화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표면상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강한 대화 기조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대북제재 완화를 우려하는 미국과의 공조에서 균열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면서 “동시에 북한에도 강력한 대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이는 반대로 협상장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미중 전략 경쟁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우리에게 다가 올 외교 안보적인 도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새로운 외교 안보팀이 남북 문제 뿐 아니라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용한·이유정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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