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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박지원,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 주역…탕평·협치 의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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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안보실장 내정자

‘대북 물밑지원→사령탑’ 임무 교체

“한반도 평화, 제도적 정착이 목표”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86세대 대표…원내대표 지낸 4선 의원

남북문제 관심깊어 ‘통일 걷기’ 진행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유지하며

새 추진 동력 장착 “절묘한 선택”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세 사람은 5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5년 2월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문재인 후보가 박지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박지원 후보의 관록과 경륜, 이인영 후보의 젊음과 패기, 제가 다 업고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이정우 한겨레21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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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단행해 새 진용을 갖춘 것은, 국정 후반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추진 동력을 새로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압박에 나서며 긴장을 고조시킨 위태로운 국면을 되돌릴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카드’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송호경 북한 특사와 막후 비밀협상을 벌여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오랜 기간 북쪽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인선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자는 대북 햇볕론자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아니고 문 대통령과 정치적 악연도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그를 국정운영에 핵심적인 정보 수장으로 중용한 것은 탕평 인사의 의미로 국내 정치기반을 넓히려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전방위로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것”이라며 “박지원 전 의원의 지명은 탕평과 협치의 의미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국가정보원에서 오랫동안 대북문제를 전담하며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애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온 인물이다. 이번 인사로 서훈 내정자는 그동안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물밑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다가 전면에 나서 직접 외교·안보 정책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맡게 됐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변함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이 반영된 인선으로 해석된다. 서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한반도 평화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목표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중진 의원다운 정치력과 추진력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돌파해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인 이 후보자는 4선의 국회의원으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를 지냈다.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깊은 이 후보자는 2017년부터 매해 여름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통일 걷기’ 행사를 진행해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의 남북관계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감으로써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신임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박지원 전 민생당 국회의원(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과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각각 여의도의 사무실과 청와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창광 김명진 기자, 청와대 사진기자단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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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를 두루 살펴보면, 기존 대북라인의 핵심 축이었던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면서 이인영·박지원 후보자가 새로운 추진 동력으로 가세하는 구도로 보인다. 여기에 기존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더해 정의용 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삼각 날개로 보좌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선에 대해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대통령의 절묘한 선택이며 대북 메시지”라며 “남북관계에 정통한 이인영, 박지원 후보자가 새로 배치되면서 기존의 대북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훈 내정자와 삼각 구도로 정립됐다. 남북 간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서영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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