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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아무튼, 주말]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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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s pick]

조선일보

엠엔엠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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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트랜짓

독일군이 파리를 침공하고,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난민들이 프랑스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로 몰려든다. 분명 줄거리만 보면 1940년대인데, 영화 속 배경은 21세기 현대의 마르세유다.

'트랜짓'은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과감하게 현대 도시 위에 펼쳐놓은 영화다. 파격적인 실험은 과거에 끝난 역사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극우 민족주의와 난민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과 함께 '트랜짓'을 2019년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 선정하기도 했다.

나치 게슈타포에 체포됐다 풀려나고서, 14년간 망명 생활을 한 동독 작가 안나 제거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인 게오르그는 독일인이지만 나치 독재를 피해 프랑스 마르세유로 도망친 난민이다. 게오르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 작가 바이델의 가방을 얻게 되고, 그 가방 속 멕시코 경유 비자를 이용해 신분을 숨긴 채 유럽을 탈출하려 한다. 비자를 얻기 위해 대사관에 몰려드는 난민들과 그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장사꾼,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나치의 횡포에 침묵하는 이들이 모여 거대한 비극을 이룬다.

도시를 배회하던 게오르그는 신비로운 여인 '마리'와 마주치게 된다. 마리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오래전 사라진 남편을 찾아 헤매고 있다. 마리의 곁에는 그녀를 사랑해서 도시를 떠나지 않는 의사 연인이 있다. 영화는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중 누가 더 먼저 상대를 잊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떠나거나, 남겨지거나.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세 사람의 관계가 뒤얽힌다.

클래식|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당초 드뷔시의 ‘바다’와 치머만의 ‘빛의 입사’,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무대 위 연주자들을 1.5m씩 띄워 앉히려면, 출연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수가 60명을 넘겨선 곤란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바꿨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인 ‘빛의 입사’에서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덤버턴 오크스’로. 4일 오후 5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은 정기 연주회 ‘마르쿠스 슈텐츠의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열고,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55)의 지휘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과 교향곡 5번 ‘운명’, 스트라빈스키 협주곡 ‘덤버턴 오크스’를 들려준다.

뮤지컬|모차르트

10주년을 맞아 더 재미있고 더 화려해졌다. 2010년 초연 때 세종문화회관 15회분 4만5000석을 5분 만에 매진시킨 뮤지컬. 천재 음악가의 한생을 권위적 아버지와 겪는 갈등, 불안정한 사랑 같은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춰 풀어간다.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로 기억되는 '황금별' 등의 노래도 여전히 감미롭고 때로 격정적. 리프트로 단차를 만들며 오르내리는 원형 회전 무대, 새로 디자인한 의상·가발까지 무대 위 모든 걸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새로 삽입된 희극 장면들에 관객 반응도 좋다. 모차르트 김준수·박강현·박은태를 비롯, 민영기·윤영석·김소향·신영숙·김소현 등 개성 뚜렷한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선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8월 9일까지.

온라인 전시|이승조 회고전

핵(核)은 무기가 아니라 조형의 본질이다. 국내 기하 추상을 선도했던 화가 이승조(1941~1990)는 원자핵과 같은 미시 세계와 광활한 우주의 시공을 사유하는 공간으로 캔버스를 활용한 작가다. 쇠파이프를 연상케 하는 원통 형상을 새로운 회화 언어(핵)로 내세워, 한국 추상 회화에서 보기 드문 기계미학적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옵아트(Op art) 성격의 차갑고 매끄러운 표면은 붓질과 사포질의 뜨거운 노동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승조 30주기를 맞아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0월 4일까지 열린다. 회화 90여 점과 그 전위의 성과를 조망한다. 코로나 사태로 미술관이 휴관에 들어가, 전시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볼 수 있다.

공연|블루노트

'블루노트'는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1939년 만들어진 대표적인 미국 재즈 레이블이고, 1981년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재즈 역사상 중요한 공연장이기도 하다. 길을 가다 '블루노트'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다면 그곳은 아마도 재즈바일 것이다.

지난해 '블루노트 레이블 설립 80주년 공연'을 매진시킨 플러스히치가 대학로 JCC아트센터에서 오는 4일(오후 3시, 오후 7시)과 18일(오후 3시, 오후 7시) '플레이 블루노트 마스터피스' 공연을 연다. 국내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블루노트 레이블의 명반인 소니 클라크의 '쿨 스트러팅', 존 콜트레인의 '블루 트레인', 호러스 실버의 '송 포 마이 파더' 등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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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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