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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나체 자화상 그린 첫 여성 화가, 그림 속 그녀는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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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기 있어 황홀하다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임명주 옮김|에포크 192쪽|1만4000원

독일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1876~1907)는 여성의 신체를 여성 시각에서 처음 표현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그녀는 파리에서 만난 시인 릴케와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고, 여성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한창 화가로 활동하던 서른한 살, 그녀는 출산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년 후 시인 릴케는 시 ‘어느 친구를 위한 진혼가’를 썼다. ‘그렇게 나도 그대의 운명을 느끼지만, 그것을 뭐라 이름할지 모르겠다…’며 슬퍼했다. 오늘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가 파울라의 전기를 썼다. ‘자화상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자신을 그리는 자전적 소설이다. 파울라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을 그렸다. 아름답고 밝고 장난기가 넘치는 여자.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울라의 자화상이, 여성이 자신의 나체를 그린 최초의 그림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그리는 행위는 자기도취가 아니라 힘든 작업이다. 거울이나 사진을 보며 그리며 찾아내야 할 것이 많다. 파울라가 자신이 역사상 처음 나체 자화상을 그린 화가라는 것을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옷을 벗었어도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밝다.’ 이 전기는 서양 미술사에서 파울라의 위상에 대해 ‘세잔, 고갱, 반 고흐, 그리고 세관원 루소, 지나간 인상주의와 앞으로 도래할 입체주의가 담겨 있었다’며 ‘파울라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렸다’고 풀이했다. 그녀는 피카소처럼 시대를 앞서 간 화가였기 때문에 ‘독일의 피카소는 여성이었다’는 평도 나왔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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