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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부정부패 찌든 DMZ 북한군, 영하40도 근무 뇌물로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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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그곳은 무법천지였습니다. 돈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던 북한 군인 출신으로 2017년 귀순한 20대 초반 노철민 씨의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4일(현지시간) 노씨 인터뷰를 통해 DMZ 북한 군부대의 부패 실상을 낱낱이 소개했다.

군인들은 우발적인 총기 사고로 사망했고 상급자들은 식량을 훔쳤다. 식량이 부족해 야생 버섯 등을 먹다 보니 몇 달도 안 돼 그는 몸무게가 40㎏대로 감소했다. 독이 든 버섯을 잘못 먹어 죽는 군인들도 있었다.

한번은 상사가 "승진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뇌물을 요구했다고 한다. DMZ에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은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교들은 부대에 배급된 쌀을 장마당에 팔아서 돈을 챙기고, 부대원들에게는 옥수수죽을 줬다고 한다. 최전선에 있고, 고위직 부모를 둔 그들은 뇌물로 현금을 들고 다녔다.

노씨는 DMZ를 내려다보는 포스트에서 경계 근무를 서는 일을 했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곳으로 하루 13시간 근무를 했지만 옷은 방한 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한 달에 150달러 정도를 상부에 뇌물로 상납한 군인들은 이런 근무도 면제받았다. 뇌물을 주면 바로 승진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 3만3000명의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넘어왔다. 대부분 중국을 경유해서 왔지만, 1996년 이래 DMZ를 통해서 귀순한 사례는 20명에 불과하다. 노씨는 DMZ 부대에 배치된 지 약 3개월 만인 2017년 12월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노씨는 2시간 이내에 사마귀 알 100개를 찾아오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상관들이 한방재료로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 이런 주문을 일삼았던 것이다. 노씨는 초소 안에 있던 남쪽 군인들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삶은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탈북하게 됐다.

노씨는 최근 대학에 등록하고, 주말에는 웨딩홀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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