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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콜린 제제 급여 축소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제약업계 대변인 노릇"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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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인구 고령화로 65세 이상 노인인구에서 치매 유병률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일명 '뇌기능 개선제'로 불리며 인기를 끌어오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전문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축소된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6월 11일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요양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했다.

재평가 결과 128개사 234품목에 달하는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에 대해서 혈관 결손에 따른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에 대해서만 현행 급여를 유지하도록 의결했다.

그러나 치매 이외 질환으로 인한 기억력저하, 집중력 감소 등에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를 처방하면 선별급여가 적용돼 환자 본인부담 비중이 80%로 커진다. 정서불안이나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에 대한 처방에도 선별급여(환자 본인부담 80%)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처방은 치매로 인한 증상보다는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 우울증 등의 적응증에 처방하는 비율이 더 컸다. 약평위 결정으로 급여가 축소되면 환자 비용부담 증가로 관련 처방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는 물론 이를 주로 처방해온 내과계 의사단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와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등 5개 학회는 지난 3일 공동성명을 통해 선별급여 대상 적응증에 환자 본인부담 80%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급여를 축소하더라도 기존에 이 약을 처방 받아온 환자들은 다른 유사제제 쪽으로 처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5개 의사단체는 "처방을 받아온 환자들의 요구는 변화가 없다. 유사제제로 전환해 결국 심평원 지급 약제비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콜린제제를 원하는 환자들은 약제비 부담만 한 달 약 9000원에서 2만 8000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80만 명의 환자에게 처방된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를 단지 처방 남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환자 요구도가 어떠한 지 먼저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약제 재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콜린 재평가는 식약처 허가사항을 근거로 이뤄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식약처에 약제 효능효과 재평가를 요청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평위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뇌질환 관련 학회 및 의사회가 의료전문가가 아니라 관련 제약업계 대변인 노릇을 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뇌질환 관련 학회 및 의사회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제껏 전문가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한 것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제약업계 대변인 노릇을 앞장서서 하는 모양새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신경외과병원협의회 등 5개 의사단체가 작년 한 해 180만 명의 환자에게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가 처방됐다고 언급하며 환자 요구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환자 요구도가 높다고 처방하는 건 의료전문가로서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건약은 "효과가 제대로 입증된 적도 없는 약을 180만 명이나 되는 환자들이 요구하게 된 현재 상황에 대한 전문가로서 책임이나 반성이 우선이라 생각한다"며 "환자들의 요구에 그것이 복용할만한 증거가 없음을 명확하게 알리는 게 전문가의 자세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환자들이 유사제제로 전환해 심평원 약제비 지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사제제로 지목되고 있는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이미 지난해 임상재평가에서 적응증이 일부 삭제됐으며, 현재 남아있는 적응증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약은 "(유사제제로 전환해 결국 심평원의 약제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 건) '뇌영양제'라는 허구적인 처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콜린알포세레이트보다 조금 더 비싼 '아세틸-엘-카르니틴'같은 약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라며 "아세틸-엘-카르니틴도 이미 작년 7월 임상재평가에서 '일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적응증은 삭제됐으며,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도 재평가기간이 내년 1월까지이다. 그때까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마저도 퇴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약은 "이러한 사실은 모르는 척하며 제약회사 주장의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면서 전문가 타이틀을 걸고 '의견서'를 내는 모습은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뇌질환 관련 학회 및 의사회는 지금이라도 그 이름에 걸맞은 의무와 역할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에 대한 임상재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오는 12월 23일까지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품목허가를 받은 제약사로부터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받아 3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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