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등학교 교문.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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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계자가 사학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하고 일반고로 전환된다. 학교 비리 문제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는 첫 번째 사례다.
9일 서울시교육청은 휘문고에 대한 지정 취소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휘문고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었지만,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사학비리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906년 설립된 휘문고는 대표적인 강남 지역 명문 고등학교로 꼽힌다. 1978년 현재의 대치동으로 이전한 뒤 '강남 8학군'의 중심 학교로 꼽혔다. 2011년 자사고로 전환한 뒤에는 의대 진학을 꿈꾸는 강남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간송 전형필, 소설가 김훈, 배우 유지태 등 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회계 비리로 자사고 지정취소가 된 건 전국적으로 휘문고가 처음이다.
앞서 2018년 감사에서 휘문고의 학교법인 휘문의숙 제8대 명예이사장 김 모 씨가 2011년부터 6년 동안 법인사무국장과 함께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한 교회로부터 학교발전 명목의 기탁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김 명예이사장은 사용 권한이 없는 학교 법인카드를 5년 동안 쓰며 2억3900만원가량을 호텔과 음식점 등에서 개인적으로 쓴 혐의도 드러났다. 김 명예이사장의 아들인 민 모 이사장은 단란주점 등에서 45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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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광신방송예술고에서 '포스트 코로나19 : 사회와 교육의 변화, 방향,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서울교육국제 웨비나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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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시교육청은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 등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1심 선고 전 숨진 명예이사장 외 3명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018년 감사 당시 휘문고에서는 학교 성금 부당 사용, 회계 예산의 부적절한 집행 등 총 14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돼 48명(중복 포함)이 신분상 처분을 받고 1500만원의 재정적 제재를 받았다.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연 서울시교육청은 법원 판결과 감사 등을 심의해 휘문고에 대한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휘문고를 대상으로 오는 23일 청문을 진행해 의견을 듣고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이후 판결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며 신중을 기했는데, (4월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며 “이만큼 비리 있는 학교를 자사고로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동의를 얻어 지정 취소가 확정되면 휘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돼 신입생을 선발한다. 다만 현재 휘문고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다만 학교 측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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