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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황운하 “검찰 직접수사권 없어지지 않는 한 검찰개혁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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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터뷰]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를 안 지는 오래되었다.

2009년 강호순 사건 때 경찰청 본청에서 제복을 입은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당시 그가 결국은 정치의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58).

인터뷰 말미에 그런 ‘인상’을 거론했더니 “20여년 전부터 들어온 말”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아마 지금 임은정 검사가 집요하게 들을 이야기와 비슷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정치를 지금 시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으니, 결국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어왔다. 정치를 절대 안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치하겠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 갈 길을 가다보니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기자가 그를 찾은 것은 그가 평생 주장해온 수사구조 개편, 구체적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

인터뷰는 7월 7일 황운하 의원실에서 진행했다.

경향신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7월 3일) 의원실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앞서 의원이 한 모두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검찰제도는 전 세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괴물 같은 제도라고 했는데요.

“네. 검찰은 어느 순간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권력집단, 권부가 되었습니다. 그 시점은 문민정부 출범 즈음으로 봐야 합니다.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지만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현직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이 감옥에 갔죠. 그 후 검찰권력이 정점에 달한 것은 DJ 정부 들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징적인 장면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로비 사건이었죠. 정치권력이든, 재벌권력이든 총장의 부인에게 로비하려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거든요. 민주화나 산업화의 역사가 짧다 보니 정치·재벌권력의 부패도 많고, 그러다 보니 정치·재벌권력의 부패에 대해 검찰이 수사·척결·응징한다는 환상이 많습니다. 실제 그런 역할을 일부 한 것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정치권력이든, 재벌권력이든 다 누를 힘을 갖게 된 것입니다. 검찰이 정치·재벌권력보다 더 부패한 거죠.”

-검찰이 권력을 추구했는데 부패했다는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검찰은 부패척결·인권옹호 같은 걸 자기의 존재 이유로 듭니다. 그러나 검찰이 가장 부패하고, 가장 인권침해를 많이 하는 집단이 되었어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예컨대 검찰이 정치·재벌권력을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처럼 국민에게 쇼를 하지만, 정치권력을 상대로 하수인이 되는 게 조직의 이익이라면 기꺼이 하수인 역할을 합니다. 반면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조직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막무가내로 대항하고요. 이미 노무현 대통령 때도 경험했는데, 지금 문재인 정부 때도 또 경험하고 있어요. 재벌권력, 예를 들어 삼성 수사도 그렇습니다. 삼성 수사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크더라도 삼성의 경영권 편법승계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검찰수사로 이뤄지는 걸 반대합니다. 왜냐면 실효성도 없고, 검찰의 힘만 키워놓게 되는 거든요. 예컨대 이재용 부회장을 감옥에 집어넣으면 뭐가 달라지고, 기소되면 뭐가 달라집니까. 실제 삼성의 편법승계에 대한 강한 응징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제재를 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에요. 삼성 수사를 보는 데는 이런 시각이 있습니다. 수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수사를 방해하는 변호인들이 있어요. 그 방해하는 사람들이 검찰 선배들입니다. 서민들로서는 알 수 없는 거액의 변호인 수임료가 제공되고,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을 겁니다. 심지어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도 있어요. 검찰에 삼성을 세게 수사하는 척하면 삼성은 검찰 출신 전관들을 찾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몸값·수임료가 엄청 올라갑니다. 영장을 치니 마니 하면 더 올라가겠죠.”

- 삼성이나 검찰개혁문제와 관련해선 입장차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예컨데 진중권 전 교수나 김경율 회계사 같은 분들은 수사를 막기 위한 삼성의 로비를 받고 정권의 핵심부가 윤석열이나 한동훈 등을 쳐내려 하면서 검찰개혁을 내세우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를 공격하려다 보니 근거가 부족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닐까요. 만약 지금 정부에 삼성과 유착된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정치적이든, 형사적이든 응징해야지요. 저는 검찰은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 후 모두 ‘이익의 공동체’로 봅니다. 이익의 공동체란 게 뭐냐, 현직에 있을 때 정치·재벌권력을 상대로 센 수사를 하는 척하는 거예요. 실제 하기도 하죠. 그러면 국민은 환호합니다. 검찰은 그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단죄하는 정의의 구현자처럼 연출하는 거예요. 그런 막강한 수사권의 혜택은 누가 봅니까. 어마어마한 수임료를 받는 전관 변호사가 받습니다.”

-지난주 인터뷰한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도 검찰개혁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인지수사를 하는 공안부와 특수부의 소수특권 엘리트검사와 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를 분리해서 보더군요. 실제 형사부 검사는 한 번에 200~300건씩 처리해야 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아무런 말을 할 힘이 없다고 하던데요, 이런 식의 검찰옹호론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건 전체 사법체계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형사사법권이 과잉 행사되는 국가입니다. 형사사건이 너무 많아요. 경찰 단계에서 형사사법 트랙으로 가지 않고 거기서 종결되어야 합니다. 우선 그게 첫째 과제이고, 다음으로 형사부 검사들의 임무가 경찰에서 넘어오는 사건을 법원에 넘기는 일을 하는데, 이번에 개정된 것이 검사의 조서를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하는 제도를 바꾼 겁니다.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받기 위해 검찰이 다시 조사하는 이중조사가 문제였습니다. 이게 없어지면 검사업무가 확 줄어들게 되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오랫동안 줄다리기해온 이유는 검·경 모두 상대방 조직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토착 비리세력과 유착된 경찰이 자신들 단계에서 덮어버리고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는 불신 같은 것 말입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없어져야 합니다. 직접수사권은 문제의 본질이고 만악의 근원이에요. 그런데도 검찰수사권을 없애는 데 주저해요. 그 이유는 ‘검찰수사가 정의로울 수 있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정의롭게 운영할 수 있고, 정치적 개입만 안 하면 공정해질 수 있다’는 착각 때문입니다.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냐’ 하면서 좋은 사람을 앉히면 된다는 착각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찰이 경찰을 견제한다는 것은 실효적이지 않습니다. 제도적으로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찰에 문제가 있다면 해법은 내부와 외부에서 통제인데, 그것은 시민에 의한 통제를 말하는 거예요.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지금 가지고 있는 막강한 수사권이 경찰에게 이전된다고 생각하는 데 그건 착각입니다.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불필요한 수사를 많이 해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물론 지금 검찰이 맡고 있는 수사 중 꼭 필요한 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경찰이 아닌 다른 국가기관에 분산시키면 됩니다. 예를 들면 고위공직자 비리는 공수처, 그리고 경제범죄는 공정위, 금융위, 국세청 관세청에 조사 기능을 부여해 분산시키면 됩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없어지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실패합니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없애지 못한다면 아마 이 정부가 끝난 이후 ‘그때 왜 검찰수사권의 해악을 깨닫지 못했는지’하며 땅을 치며 후회하는, 그런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겁니다.”



경향신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민 기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갈등이 초미의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윤석열 총장이 세 명의 장관과 함께 근무했어요. 세 장관의 공통점은 검찰 선배가 아니라는 것이죠. 박상기·조국은 학자, 추미애 장관은 판사·정치인 출신이죠. 검찰은 검찰 선배가 아닌 법무부 장관을 무력화시키려 했습니다. 이번에 <뉴스타파>의 박상기 전 장관 인터뷰를 보면 장관이 총장을 만나는 것을 (검찰 쪽에서) 표현을 뭐라고 합니까? ‘장관이 면담을 요청해서 선처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장관이 상급자입니다. 장관이 여러 자리에서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해요. 조국 장관은 특수부 인력 100여명을 동원해 사실상 쫓아내죠. 추 장관은 정상적 지휘권 발동에 검찰들이 회의하니 뭐니 하면서 집단으로 세 과시를 하면서 항명합니다. 아니, 상급자 지시명령은 명백하게 위법이 아니면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해보겠다, 이것은 하급자의 태도로 용납하기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제나 중립성·독립성을 방패삼아서 핍박받는 이미지를 자꾸 만들어냅니다. 저는 윤석열 총장의 거취문제보다는 본질문제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윤 총장은 지금의 기형적인 제도가 만들어낸 괴물같은 존재입니다.”

-바로 반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윤 총장이 그런 사람인지 모르고 임명했느냐’는 겁니다.

“모르고 임명한 거죠.”

-이 사람은 일단 목적이 정해지면 들이받는 스타일인 것은 잘 알고 있었던 거 아닐까요.

“그 사람이 검찰 조직지상주의자라는 걸 간과한 거죠.”

-그러면 ‘인사권자의 인사 실패 아니냐’는 말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정도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예상해요. 상식선에서 이 사람이 그래도 검찰총장을 맡으면 책임이 있는 공직자인데 몰상식적으로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하리라는 것을 누가 상상했겠어요.”

-그렇다면 인사권자가 바로 임명을 철회하거나 자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임기제 총장을 파면이니 해임이니, 할 수가 없죠. 정치적 부담이 따르고 법적으로도 임기제가 보장된 공무원은 탄핵에 의한 방법 말고는 없죠. 물론 임명권자로서 ‘임기는 보장되어 있지만,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은 할 수 있지만, 그러면 정치적으로 얼마나 논란이 되겠어요. 야당, 미래통합당이나 보수언론이 문제 삼겠죠. 윤석열이 순교자 이미지가 되는 것은 (정권으로선) 정치적 부담이 엄청 따릅니다.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벌일 것을 누가 예상했겠어요. 이걸 다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예상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봐야지요.”

-윤석열 총장을 이전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본 적은 있습니까.

“개인적인 인연도 없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요.”

-윤 총장이 정말로 정치권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미래통합당 쪽의 대선후보로 나올 것 같습니까.

“엊그제 주호영 대표가 쇠로 만든 부처는 용광로를 지나가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을 지나지 못하며, 흙으로 만든 부처는 물을 지나지 못한다는 말씀을 했어요. 주 대표가 독실한 불교신자인데, 어디 불경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 말인즉 검찰과 정치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정치는 두루두루 포용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종합예술입니다. 미래통합당에서 ‘수사를 잘하니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사 인정하더라도, 정치권으로 진입해 정치인으로서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이겠죠. 지금은 일시적으로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제일 곤란하게 하는 것 같으니 현 정부를 반대하거나 통합당 지지자들에게는 ‘아, 시원하다’는 식의 일시적인 지지로 나타난 거죠. (윤석열 대권후보 지지는)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한 인물이 없고 대안이 없다 보니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난 걸로 봐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진행되리라고는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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