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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공과(功過) 뚜렷한 고(故) 박원순·백선엽···진보·보수 갈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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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정의당 향해 "왜 조문을 정쟁화하냐" 비판

진중권, "당신 딸 사회에 나가면 닥칠일···입 닥치고 조문"

"석고대죄해도 션찮을 판에···장례 끝나고 봅시다"

고(故)백선엽 장군 빈소 조문 논란···이해찬 대표 조문키로 결정

민주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빠진 가운데 정의당이 고(故) 박 시장의 죽음을 애도할 수 없다고 하면서 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박원순 시장 조문 논쟁’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고(故)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민희 전 의원이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정의당 의원을 향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 하나”라고 비판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입 닥치고 조문이나 해라”고 일갈하는 등 진보 세력의 슬픔에 국민적 반감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조문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여야가 고(故) 박원순 시장 조문 문제로 전선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친일 논란이 일고 있는 고(故) 백선엽 장군의 조문 문제 역시 민주당의 소극적인 조문으로 인해 ‘박원순·백선엽 조문 논란’이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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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교수는 “한 여성에게 수년간 고통을 준 이에게 조문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정쟁화인가”라며 “애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 본인이나 입 닥치고 애도하라”고 정면으로 최 전 의원을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그새를 못 참고 기어이 페미니즘의 의제를 정치적 의제로 바꿔놓는다”며 “지금 이게 당신 딸이 사회에 나가면 마주칠 현실이다. 자기 딸에 그렇게 무서운 세상에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고 쏘아붙였다.

진 전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평소에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시장도 이런 짓 합디다. 다른 사람들은 오죽 하겠습니까?”라면서 “그 두 의원은 당신 딸이 살아갈 이 사회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고 지적했다. 또 “부디 그 사회에는 당신 같은 인간들이 없거나, 혹은 적기를 바랄 뿐. 못 받은 공천 생각만 하지 말고 자기 딸, 우리 딸들이 그렇게 무서운 세상에 나간다고 생각 좀 해 보세요”라면서 “ 머리를 모자 쓰려고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이라고 최 전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 글 마지막에 “ps. 도대체 몇 번째입니까? 이 인간들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션찮을 판에... 대표라는 이는 카메라 앞에서 교양 없이 쌍욕이나 하고, 끈 떨어진 의원은 사건의 피해자인 대한민국 여성들을 나무라고... 단체로 미쳤어. 보자 보자 하니까. 장례 끝나고 봅시다. ”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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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직원을 향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취지의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류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며 “그러나 나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성 추행 피해자를 다독였다. 류 의원은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라며 “벌써 시작된 2차 가해, 신상털기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네 잘못이 아니야(It‘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 속 등장인물인 ‘숀’이 주인공 ‘윌’에게 전한 말”이라며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했던 이 말을 닿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류 의원은 “나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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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정의당 의원들을 향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박 시장 조문은 자유”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라며 “뭐 그리 급한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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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장군의 조문 논란도 정치권을 여전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선 미래통합당이 고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두고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않으면 시대의 오욕”이라며 정부의 판단을 기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12일 “고 백 장군은 6.25 전쟁 발발부터 1128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전선을 이끈 장군이다. 우리는 그 영웅이 마지막 쉴 자리조차 정쟁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그의 안식처를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생전의 백 장군 가족들은 진작에 대전현충원 안장을 수용했다고 한다”며 “왜 그랬을까. 과연 할 말이 없어서였을까. 장군의 명예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준공 50년 기념비에 박정희 대통령 이름 대신 김현미 장관의 이름이 올라가는 세상”이라며 “벼랑 끝의 나라를 지켜낸 장군의 이름을 지우고 함께 나라를 지켜낸 12만 6·25의 전우들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에 그를 누이지 못하게 한다면 시대의 오욕”이라고 말했다.

백선엽 장군은 1920년 평남 강서에서 출생한 백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면서 군문에 들어온 뒤 6·25전쟁 때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주중한국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와 38선 돌파 작전 등 결정적인 전투를 지휘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한국군 최초로 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다부동 전투 때 도망치는 장병들을 모아놓고 “내가 앞장서 싸우겠다. 만약 내가 후퇴하면 나를 먼저 쏘라”며 배수의 진을 쳐 후퇴를 막았던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겪은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1950년 여름 1사단장으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다부동 전투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달 가까이 부하 장병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고, 전투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았다고 증언했다.

전세가 역전돼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할 때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며 행군을 강행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평양에 입성했을 때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었다”며 “1사단장으로 한미 장병 1만5천여명을 지휘하며 고향(평남 강서)을 탈환했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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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장군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앞서 백 장군의 친일 전력 때문에 백 장군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현충원 안장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전현충원을 관리하는 국가보훈처는 유족 요청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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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25 전쟁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이해찬 대표는 12일 고위당정청 협의회를 마친 후인 오후 9시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백선엽 장군의 과거 친일 행적 논란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대표는 백선엽 장군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백 장군의 조문 일정은 갑작스레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일 논란과 백 장군의 조문 문제가 자칫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갈림길이 될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이 이 같은 조문 논란에서 빗겨서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공과가 뚜렷한 박원순 시장을 조문하면서 친일논란 못지 않게 뚜렷한 공적을 세운 백선엽 장군을 조문하지 않을 경우 보수세력의 대대적인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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