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9년 일한 서울시청 떠날 때... 빗물 속 눈물로 배웅한 지지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흠결 없는 분" "억울함 풀겠다" 며 대성통곡
"코로나 상황 저렇게 모여도 되나" 비판 시선도
서울추모공원서 화장후 고향 창녕으로 향해
지인들, 떠나는 박 시장 배웅
한국일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추모공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박 시장의 유골함을 품에 안은 채 장지로 향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시장님 억울해서 어쩌나."

13일 오전 9시 40분쯤 서울시 청사 정문으로 고(故) 박원순 시장의 유족이 박 시장의 영정을 품에 안고 시민들 앞에 등장하자, 광장에 운집한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한 남성은 "시장님, 나는 시장님 못 보내"라며 영정을 따라 운구차까지 뛰어가기도 했고, 한 50대 여성은 자리에 주저 앉아 "우리가 억울함을 풀어드리겠다"라며 대성통곡을 했다. 검은 색 셔츠를 입은 한 여성은 도로 한 복판에서 큰절을 하며 박 시장을 배웅했다.

박 시장을 추모하는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박 시장의 지지자들과 서울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박 시장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광장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됐던 영결식이 온라인으로 변경됐지만, 수백여 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았다.

앞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박 시장의 시신이 영결식을 위해 서울시청으로 들어가자,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박 시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시청 유리창 앞에 서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74)씨는 "흠결이 없는 분이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안타깝다"라며 "조금이라도 시장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떠나질 못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주말에 조문을 하지 못했다며 출근길에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많았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김지혜(31)씨는 "마지막 가시는 길 보러 왔다"며 "분향소에 오지 못했는데, 오늘 출근길에 와 조문을 하고 방명록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산도 내팽개친 채 박 시장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행당동에 사는 양수열(79)씨는 "이 정도 비는 우산을 안 써도 괜찮다"라며 "우리 시장님 가시는 길에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지자들은 서울시청 내부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소규모로 진행된 영결식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며 박 시장의 관이 나오길 기다렸다. 박 시장의 영정이 등장하자 대부분 눈물을 흘리거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가지마세요"를 외치며 오열했다. 유족이 차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못 보낸다"며 차 앞을 가로 막기도 하는 등 소란도 벌어졌다.
한국일보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온라인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온라인 영결식을 진행했다고 해도 광장 앞에 모여든 시민들을 제지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저렇게 수백명이 모여 있으면 당연히 위험할 거 같은데, 시청에서 왜 사람들을 해산시키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계 종사자 이모(45)씨는 "집회도 다 금지하면서 저건 자발적으로 모이는 거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결식을 마친 뒤 박 시장의 시신은 오전 10시 50분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해 10시 57분부터 12시 17분까지 1시간 20분에 걸쳐 화장된 뒤, 오후 1시쯤 아들 박주신씨의 품에 안겨 박 시장의 고향이자 장지인 경남 창녕군으로 향했다. 유족의 뜻에 따라 묘소는 얕고 살짝 땅 위로 솟은 봉분 형태로 마련된다. 추모공원에 찾아온 100여명의 지인들과 지지자들은 유족들이 탑승한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숙여 배웅했다.
한국일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추모공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자들이 유족들이 탑승한 차량을 배웅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