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노동 취약계층에 고용 충격 집중됐다고 판단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
내년도 최저임금이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부른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2.7%)보다 낮은 1.5%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다. 해당 안을 제시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인상률로 따지면 1.5%는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용 충격 자체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보다 IMF 외환위기 당시가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첫 3개월인 지난 3∼5월 국내 취업자 감소폭은 87만명으로, IMF 외환위기 첫 3개월인 1998년 1∼3월의 103만명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최저임금위는 두 상황에서 고용 충격의 대상이 상이하다고 봤다. IMF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노동자가 대량 해고됐지만 코로나19 사태에는 고용 충격이 비정규직,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 등 노동안정성이 덜한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이들이 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란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8년 고용지표가 악화했던 때만 돌이켜봐도 많은 전문가들은 대체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장의 감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 동의한다.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가운데)과 공익위원인 권순원 교수(오른쪽)이 임승순 부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세종=뉴시스 |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와 노동자 고용 유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조정하는 비용이 노동력인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일자리 감축 효과, 그것이 노동자 생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노동계와 경영계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직접 안을 제시해 표결에 부쳤다. 권 교수는 이에 관해 “공익위원 안을 제시할 때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두 번째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에서 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인 1.5%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0.1%),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0.4%),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1.0%)을 합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현재 우리가 누구나 다 알고 있듯 국가적으로 극복해야 할 굉장히 큰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데 노·사·공익위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당시와 지금의 국내 노동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번 결정과 20여년 전 결정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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