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직후 경찰이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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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경찰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 휴대전화 수사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휴대전화 분석을 미적거리거나, 분석하더라도 ‘사망 경위’ 확인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을 긋고있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은 사망 당시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경찰이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상황이지만 휴대전화는 사망에 이른 이유와 경위를 파악하는 데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기록, 다이어리 일정, 다운로드 문서 내역 등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생전 행적을 고스란히 복원할 수 있어서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수거한 서울 성북경찰서는 서울북부지검의 수사 지휘 아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은 장례식이 끝나고 하루가 지난 14일에도 휴대전화 분석에 착수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유족이 삼우제(三虞祭)를 지낸다고 해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며 “(삼우제를 마치면) 유족과 상의해 휴대전화를 분석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사 사건 관련 디지털 포렌식은 유족에게 통보만 하고도 착수할 수 있다.
경찰은 14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서 통화와 문자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통신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신 영장은 박 시장의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것”이라며 “변사와 관련된 내용으로만 한정해 통신 기록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수사 상황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수사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사망자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 수사 속도가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백 모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해 12월 변사 사건 이틀 만에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경찰이 가지고 있던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러자 경찰은 휴대전화를 되찾기 위해 2번이나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지 3~4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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