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여과지 세척했는지 의문…제대로 점검해야"
수돗물에서 유충 발견 |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잇따라 발견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시설 관리가 부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인 활성탄 여과지(濾過池) 세척을 주기적으로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함께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마련된 각종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승일(66)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겨울은 주기가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여름철에는 활성탄 여과지를 2∼3일에 한 번은 세척해야 한다"며 "활성탄 표면에 미생물이 붙어살 수도 있고 탄과 탄 사이에 이물질이 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척을 할 때 여과지 내 물을 정상 여과 때보다 9∼10배 빠른 압력으로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올려보내면 활성탄이 부풀면서 탄과 탄 사이에 낀 이물질이 빠져나온다"며 "이번에 발생한 수돗물 유충은 이런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여과지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7m 깊이의 못(池) 형태인 활성탄 여과지는 숯과 유사한 고순도 탄소 입자를 투입해 유기물을 잡아 냄새나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의 일부다.
최근 집 샤워기 필터 등지에서 유충이 잇따라 발견된 인천 서구 일대는 공촌정수장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다. 공촌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은 390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 말 준공됐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인천시 상수도 혁신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최계운(66) 인천대 명예교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활성탄 여과지를 운용하는데 왜 인천에서 문제가 크게 발생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주기는 수돗물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세척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샤워기 속 수돗물에 떠 있는 유충 |
그는 또 정수장에서 나온 수돗물이 여과지 등을 거치며 각 가정까지 흘러가는 긴 과정에서 관로 누수 등으로 인해 외부에서 유충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수돗물은 만들어서 포장한 뒤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택배) 물건과는 다르다"며 "염소 소독을 했는데도 유충이 영향을 받지 않고 가정집까지 흘러갔다는 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상수도 혁신위는 수돗물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응해 조치하는 '워터 닥터'(물 의사)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고도정수처리시설 같은 새 시설을 만들면 (안정화될 때까지) 집중 관리를 해야 하는 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명수(50)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장도 비슷한 주장을 하며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마련된 대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백 위원장은 "활성탄 자체가 오염됐거나 여과지가 제대로 밀폐되지 않은 구조적인 관리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주기적으로 여과지를 제대로 세척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만들어진 대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라며 "(박남춘) 인천시장이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점검해야 했는데 결국은 보여주기식 대책이었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는 이달 9일 서구 왕길동 한 빌라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이 처음 제기된 이후 전날 오후 1시 기준 총 101건의 관련 민원이 잇따라 신고됐다. 신고 지역은 서구 86건, 계양·부평 14건, 강화군 1건이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s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