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계약서 상 조건은 충족, 추가적인 대화 필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 관련 거래종료 시점을 연기한 16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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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될 조짐이다. M&A의 최대 관건이었던 주식매매계약(SPA) 선행조건 이행을 두고 양사가 마지막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의 M&A에 중재자로 나선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와 규모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제주항공은 지난 15일 이스타홀딩스의 최종 공문을 검토했지만 SPA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다고 판단, 계약해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16일 밝혔다. 이어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주항공은 1일 이스타항공에게 '영업일 기준 10일 안에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엔 계약 종료 기일인 15일 자정까지 △타이이스타젯 항공기 임차 채무 3,100만달러(약 373억원) 지급보증 해소 △이스타항공 임직원 임금 체불 260억원 해소 △조업료·운영비 등 각종 연체 미지급금 해소 등이 완료돼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 조건을 해소하기 위해선 약 1,7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직원들로부터 임금체불 일부 반납에 대한 동의와 함께 고통분담안을 내놓았다. 또한 리스료와 유류비 등 미지급금 해결을 위해 경영진이 정유사, 리스사 등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임직원의 임금 반납 규모가 전체 체불을 해소하기 턱없이 부족하고, 조업사, 정유사 측에서 이스타항공의 채무탕감 요청을 거절해 사실상 SPA 선행조건 이행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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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주항공측에선 이스타항공의 이런 조치가 SPA의 이행에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을 해소하면서 SPA 계약서 상 선행조건을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 상 선행 조건을 완료한 만큼 속히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며 "계약서 상 의무가 아님에도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스타항공에서 지불해야 할 1,700억원 상당의 미지급금을 완전히 해소돼야 한다는 제주항공측 입장과 계약서 상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만 해결해도 문제가 없다는 이스타항공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셈이다. 양사의 M&A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변수는 남아 있다. 정부가 양사의 M&A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촉구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까지 체불 임금 해소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정부가 중재자로 나선 만큼, 제주항공이 판을 깨기엔 부담일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여기에 M&A 무산과 함께 이스타항공이 파산에 들어갈 경우, 1,600여명의 실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감안해야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측에서 정부의 중재 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을 늦췄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1,700억원의 인수 금융에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며 "다만 정부 지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약 이행보다는 파행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나누기 위한 취지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1분기 말 기준 부채가 2,200억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3월부터 모든 노선 운항을 중단해 매월 250억원 가량의 빚이 추가되고 있는 가운데 연말엔 부채가 4,0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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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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