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부산 등 유충 발견 신고
'수돗물 유충' 불안감 확산 수도꼭지 필터 매출 급증
인천과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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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이 계속 발견되는 가운데 서울·부산·경기 등 다른 시·도에서도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주방이나 화장실 수도꼭지에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를 설치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충 발생 상황이 일단락해도 이미 확산한 불안감으로 인해 필터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20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필터샤워기, 주방씽크헤드, 녹물제거샤워기 등 샤워·수도용품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수돗물 유충이 처음으로 발견된 인천지역 매출은 265%나 급증했고, 경기지역 전체도 전국 평균 대비 높은 67%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이마트는 지난 14~19일 인천 지역에 있는 동인천·계양·연수·인천공항·검단점 수도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6.7%나 급증했다고 20일 밝혔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주방용 필터, 정수 필터, 샤워 필터 판매량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5.9%, 124.8%, 60.7% 늘었다. 또 온라인쇼핑몰 위메프도 같은 기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16%나 폭증했다.
지난 14일 인천 서구 지역 맘카페 등에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유충 발견 사례 신고는 전국에서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유충 발견 사례는 지난 19일 서구 16건, 계양구 1건 등 17건이 새로 추가됐다. 이로써 지난 9일 첫 유충 발생 이후 모두 166건으로 늘어났다.
인천시는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날벌레가 고도정수처리시설에 알을 낳고, 여기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로를 따라 각 가정집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중구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19일 오후 11시께 샤워를 마친 후 욕실 바닥에서 유충 한 마리를 발견했다며 당국에 신고했다.
부산에서도 지난 14∼19일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1건 들어왔다. 경기도 파주에서는 지난 19일 한 아파트 주민이 "세면대를 사용하던 중 움직이는 유충을 발견했다"고 신고하는 등 모두 2건의 신고 사례가 접수됐다.
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샤워기 필터 판매대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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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유충 발생에 의한 불안감으로 인해 당분간 필터 소비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필터 판매 A 업체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주문 생산량이 10배 이상 늘었다"면서 "필터를 납품해달라는 판매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업체 뿐만 아니라 현재 필터 업체 업계 전반적으로 같은 상황을 보이고 있다"면서 "필터를 제작하는 동시에 판매처에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필터 주문 생산량, 필터 공급 상황을 보면 불안감에서 비롯한 측면이 더 큰 것 같다"면서 "유충 발생 상황이 사그러들어도 수도꼭지, 샤워기, 등 필터 장착을 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를 모두 착용해야 했기 때문에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지속해서 공급을 한 것과, 현재 상황이 같다고 보면 된다. 필터를 계속 만들어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최근 필터를 구입했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B 씨는 "최근 뉴스에서 수돗물 유충 관련 뉴스를 봤다"면서 "아무래도 불안해서 필터를 달았다. 유충 문제가 아직 해결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장인 30대 C 씨는 "온란인으로 필터 주문을 했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지인들 역시 필터 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오는 등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전국 정수장 긴급점검에 나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유충 발견 신고 지역이 인천을 포함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자 이날(20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긴급 지시를 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정 총리는 조 장관에게 "환경부 주관으로 인천시 등 관계 지자체·기관과 협력해 신속히 원인조사를 시행하고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도록 우선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전국 정수장 484곳에 대한 긴급점검도 조속히 추진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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