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주장에 트레이너 폭행만 물어
되레 피해자 문제점 들춰내기도
고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오른쪽)이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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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체육회가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주장 선수에겐 폭행 여부조차 묻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2일 체육회 회의실에서 ‘경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를 열고 고 최숙현 선수 가해자로 지목된 김아무개 감독, 주장 장아무개 선수, 김아무개 선수를 조사했다. 이날 트레이너는 지병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당시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수들 사이 폭행은) 일절 없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너가 폭행을 했고, 감독이 이를 말리지 못한 것이 가장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어떤 위원도 장 선수에게 ‘최숙현 선수 폭행 여부’를 질문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이날 여준기 회장은 장 선수에게 30번 넘게 질문했지만 단 한 차례도 폭행 여부를 묻지 않았다. 장 선수에게 질문한 다른 3명의 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회의에는 여준기 회장(위원장)을 비롯해 경주시청 체육진흥과장, 경주시체육회 사무국장, 경주시의원 1명, 전문체육위원 2명이 참석했다.
경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 회의록. 박정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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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트레이너가 경주시체육회, 경주시청 소속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김 감독과 장 선수에게 트레이너 폭행 사실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장 선수에게 트레이너한테 폭행당한 적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위원들은 고 최숙현 선수의 평소 행실, 훈련 태도, 정신 건강 등을 문제 삼으며 ‘피해자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여준기 회장과 위원 등은 장 선수에게 최숙현 선수와 관련해 ‘무단이탈·지각’ ‘정신적 불안’ ‘우울증 증세’ 등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평소에도 ‘극단적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올해 초 작성한 고소장, 진정서 등을 통해 김 감독을 비롯해 선수 2명, 트레이너의 폭행 등을 주장했다. 특히 장 선수에 대해선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구타를 해 괴로웠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한겨레>는 경주시체육회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부서가 달라서 답할 수 없다. 담당자 연결도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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