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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단독] ‘최숙현 가해 선수’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경주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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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 8일 검찰에 트레이너 고발

고발장서 “장·김 선수는 이 사건 피해자”

장·김 선수는 최숙현이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

체육인 아닌 트레이너에게 떠넘기려 한 의혹


한겨레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오른쪽)이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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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체육회가 검찰에 트레이너(운동처방사) 안아무개씨를 고발하면서 고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장아무개 선수 등을 ‘피해자’로 명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체육회 소속이 아닌 트레이너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폭행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2일 <한겨레>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고발장을 보면, 고발인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최근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아무개와 피고발인(트레이너)이 최숙현 선수를 지속해서 폭행하고 괴롭히는 바람에 위 최숙현이 극단적 선택을 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어 있는바, 고발인은 최근 다른 선수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최숙현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음이 밝혀져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 회장은 지난 8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트레이너 안아무개씨를 폭행 등 혐의로 고발했다.

문제는 이 고발장에 명시된 피해자가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주장 장아무개와 김아무개 선수라는 점이다. 특히 장씨는 최숙현 선수와 동료 선수들이 “처벌 1순위”로 꼽았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경주시체육회가 폭행 사태의 전모를 밝히기는커녕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켜 모든 책임을 트레이너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겨레>는 체육회가 지난 2일 자체 조사 때 장 선수에게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장 선수는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팀에서 사실상 감독과 맞먹는 ‘실세’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선수는 해당 고발장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진술서를 통해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트레이너에게 폭행, 성희롱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두 얼굴을 가진 트레이너에게 속은 저희가 최대 피해자”라고 적기도 했다.

이에 반해, 폭행 사실을 시인한 김아무개 선수는 고발장에 자신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도 트레이너 고발과 관련해 경주시체육회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자회견에 나섰던 ㅁ씨는 <한겨레>에 “황당하다. 너무 뻔뻔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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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트레이너 고발장. 박정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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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김아무개 선수를 제외한 3명은 국회 동행명령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 감독과 트레이너 안씨는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김 선수는 “최숙현 선수가 일주일에 한번은 맞았다”고 증언했다. 또 “김 감독이 각목으로 엉덩이 100대를 때린 적도 있다”고 자신이 당한 폭행도 추가 폭로했다. 김 선수는 지난 6일 국회 긴급질의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김 감독과 장 선수의 폭행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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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아무개 선수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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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수가 폭행 교사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 경주시청팀 소속 정아무개 선수는 이날 청문회장에 나와 “숙소에서 장 선수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후배 선수를 각목으로 10대 때리게 했다. 따르지 않으면 나도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 때릴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다”고 폭로했다.

최숙현 선수가 생전에 쓴 일기장도 처음 공개됐다. 일기장에는 기존에 지목된 이들 외에 전 경주시청팀 선수 2명의 이름도 포함돼 있어, 추가 가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해당 고발장과 관련해 경주시체육회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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