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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백약무효' 부동산대책 긴급진단 [특집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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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17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안정되기는커녕 여전히 널뛰기를 하고 있다. ‘풍선효과’를 타고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까지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 사이 부랴부랴 추가한 7·10 대책까지 모두 20차례 넘게 쏟아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금부자·다주택자가 아닌 애꿎은 서민·실수요자만 잡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악화된 민심이 정부·여당을 향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정권 전체가 수습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중구난방 대응으로 혼란만 키우는 형국이다. 현 정부 부동산대책의 문제점과 시장에 미친 영향, 개선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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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상) 신뢰·퇴로 없는 대책에 성난 민심

◆누더기 규제에… 살 길 막힌 실수요자, 팔 길 막힌 다주택자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정책이 코너에 몰렸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일관성 없이 내놓은 ‘두더기 잡기’식 대책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내놓는 추가 처방은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한 뒤 더욱 더 강력한 규제를 찾는 악순환만 낳는 실정이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관성, 신뢰, 퇴로가 없는 ‘3무(無)’ 대책으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국회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권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임대차 3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 투기 세력을 강하게 처벌하기 위한 의도와 달리, 곳곳에 부작용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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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규제 반대 시위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6·17 규제 반대, 임대차 3법 도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의원도 믿지 못하는 부동산대책 효과

6·17 대책에 따른 대출 강화 규제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가 대출 한도는 높이고 이자는 낮추는 보완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규제지역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에 걸려 아파트 분양 잔금대출 등이 가로막혔다는 비판에 일정 소득기준 이하 서민·실수요자에 LTV를 10%포인트 확대하고, 전세나 월세 자금 대출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갑작스런 등록임대 혜택 폐지는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며 임대등록 활성화를 시도했다. 이듬해부터 세제 혜택 일부를 축소하다가 사실상 7·10 대책을 통해 제도 자체가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정책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기존의 4년 단기, 8년 장기 임대로 운영하던 제도를 아파트를 제외한 일부 빌라 등에 한해 10년 이상 장기임대만 등록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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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포함하느냐를 두고 정부 부처들과 서울시 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논란 끝에 일단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는 쪽으로 정리는 됐지만, 용적률을 비롯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대책이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면서 여권 내에서조차 우려가 크다. 그린벨트 해제 방침의 경우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16일 방송 출연 도중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진 의원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정도 정책을 써서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음에도 정부 정책의 신뢰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처신도 신뢰 하락을 부추겼다. 고위공직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에야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 대신 자신의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 흥덕구 아파트를 매도하려다 뭇매를 맞았다. 그는 반포 아파트를 2006년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매물 잠김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강화 방침의 경우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의 거래세까지 함께 인상하면서 집주인이 매매를 머뭇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가 맞는 방향”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동정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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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다세대·연립주택. 연합뉴스


◆아파트 대신 다세대·연립 등 대체 투자로 풍선효과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아파트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다세대·연립·오피스텔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6월) 경기 지역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량은 이날 기준으로 6186건으로, 2008년 5월 매매량(6940건) 이후 12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이날 기준 5748건으로 집계돼 2018년 3월 매매량(5950건)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다치를 경신했다.

오피스텔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까지 서울과 경기의 오피스텔 매매량은 각각 5312건, 3907건으로 지난해보다 56.3%, 49.2% 급증했다. 또 서울의 올해 6월 오피스텔 매매량은 이날까지 1241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6월에 계약된 거래는 신고 기한(30일)이 아직 열흘 이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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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신도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는 환경 속에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대책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비(非)아파트 시장을 투자처로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16대책으로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으나 그 대상은 아파트로 한정됐다. 이어 올해 6·17대책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되거나 회수되지만, 연립·다세대는 이를 적용받지 않아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런 영향으로 수도권의 연립·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의 매매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 변동률은 0.14%로, 지난 3월과 더불어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으나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은 등록임대사업의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이들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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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또한 7·10 대책에 따라 앞으로 2주택자는 주택을 구매할 때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의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오피스텔의 취득세는 4.6%로 기존과 동일하다. 그간 비주거 상품인 오피스텔이 취득세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7·10 대책으로 이런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중과 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동자금이 풍부한 환경 속에서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주거 상품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시세도 오르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서민 주택인 연립·다세대와 1∼2인 젊은 가구가 많이 사는 오피스텔에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정부가 풍선효과 방지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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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서울 전셋값… 2주 만에 1억 6000만원 오른 곳도

서울 성동구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 전용 114.3㎡가 지난 14일 전세 보증금 9억원(5층)에 계약됐다. 지난 3일 같은 층이 7억400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 1억60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법이 시행되면 임대료 상승폭이 제한되기에 임대인이 미리 전세금을 대폭 높인 것이다.

서울 곳곳에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2삼성래미안 84.9㎡는 16일 6억50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6개월 만의 1억원 상승이다.

국민 신뢰를 잃은 현 정부 부동산대책의 부작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섣부른 정책 강공 드라이브가 주택매매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전세 시장까지 들쑤신 모양새다. 지난해 누적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던 서울의 전셋값이 올해 들어 55주 연속 상승 중이다. 전세가격 상승이 다시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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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대차 3법은 ‘전세의 종말’과 월세로의 시장 재편을 가속할 조짐이다. 서울 용산구의 소형 아파트에서 전세살이하는 직장인 A씨가 그런 경우다. 최근 베란다 수리를 위해 연락했던 A씨에게 집주인은 슬쩍 반전세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반년 이상 임대기간이 남아 있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서둘러 전화를 끊은 A씨는 이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지금 전세는 워낙 물건이 귀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반전세 계약을 하든가 새집4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19일 말했다.

정부가 임대차 3법을 기존계약까지 소급적용한다고 하면서 이를 피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장 전세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일단 세입자를 내보내 놓고 법 통과 뒤에 새 세입자를 받으려 집을 비워두려는 집주인이 있다”고 전했다.

대책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매매 시장 참여자의 맷집도 세지고 있다. 6·17대책 이후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반에서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게 이런 이유다. 2017년 문재인정부 첫 대책인 6·17대책부터 2020년 현재까지 대출과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 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요자의 규제 내성이 커진 탓이다.

이날 부동산114에 따르면 6·17대책 이후 현재까지 △강북(1.35%) △송파(1.29%) △구로(1.20%) △도봉(1.18%) △강동(1.14%) △노원(1.13%) △관악(1.08%) △성북(1.03%) 순으로 아파트 오름폭이 크게 나타났다. 수도권은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이후 유동성이 다시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 광명, 의왕 일대로 유입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본격적인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시장이 일시적으로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지만, 주택 시장을 하락으로 이끌기에는 내 집 마련 수요층의 조급증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중) 규제 양산 악순환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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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2번의 실패 뒤 “주택공급 확대”… 태릉골프장 등 개발 거론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정부가 뒤늦게 수도권 공급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관련 부처들과 서울시의 엇박자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도 상당한 혼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고 꾸준히 공급을 이어가겠다’는 정부의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 쏟아내도 집값 고공행진 배경엔 공급부족

정부는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어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 확대 방안을 논의한 뒤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공급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을 결정한 가운데 국가가 소유한 태릉 골프장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 골프장은 규모가 83만㎡ 규모로, 아파트가 최소 2만가구 정도는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곳은 국군복지단이 관리하는 ‘태릉 체력단련장’을 말한다. 주소지를 서울로 하는 유일한 골프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66년 11월 9홀 규모로 개장한 골프장은 현역과 예비역의 복지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70년 10월 정규 18홀로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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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국공립 부지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88·뉴서울 골프장과 위례신도시 군 시설,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은평뉴타운 인근 군부대, 수도방위사령부 산하 부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부지를 모두 더하더라도 빗발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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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동안 정부는 줄곧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에 연평균 3만9734가구가 입주했는데, 2010년부터 2016년 평균치보다 8000가구 이상 많은 물량이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6억635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9억2582만원으로 52.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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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요와 공급의 상대성을 무시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서울에 주택이 몇 채 있는지보다는 수요에 대비해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서울(380.7가구)은 경기(377.3가구), 인천(366.2가구)과 함께 전국에서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지방과 비교하면 1∼2인 가구의 비중은 훨씬 높은 편이라 인구 대비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에는 통계상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수요도 있다. 주민등록을 다른 지역에 해놓고 이미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거나,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서울에 입성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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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공백 줄이고 일관된 메시지 중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입으로는 공급대책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총 77만채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개발 제한 규정 등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물량이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3기 신도시를 제외하면 서울의 용산 정비창 부지와 수색역세권 등 손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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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가 얽힌 탓에 실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지역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도 같은 기간(3만5077가구)에 비해 36.9% 감소한 2만2149가구에 불과했다. 주택 인허가 실적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주택 물량이 덜 풀릴 것이란 의미다. 이 같은 불확실한 공급 계획이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를 거스르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책은 대부분 성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계속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장하는 주택 통계는 공공임대나 원룸까지 다 포함한 수치라서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공급량과는 차이가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빼고 나오는 공급대책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 정비사업과 관련한 규제가 많아서 대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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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 재건축 아파트 현장에서 건물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주택난 해법은 재건축·재개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로 묶으면서 공급 확대라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6·17 부동산대책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20일 정부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사실상 거둬들이면서 유휴부지 활용 등을 통한 다른 주택공급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 경우 충분치 못한 물량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총인구 5185만명 중 4759만명이 도시지역에 거주한다. 전체의 91.8%에 해당된다.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1970년 인구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직업과 교육여건 등의 영향이다. 주목되는 건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 인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95%이고, 이 중에서 20대가 91%였다는 점이다. 인구가 감소하지만, 주택 수요는 생각보다 줄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서울로 모여드는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기존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개발사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17 대책에서 안전진단에 대한 구조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조합원이 분양 신청을 하기 위해서 2년 거주 요건을 채우도록 하는 재건축 규제강화 대책을 추가했다. 기존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까지 적용되고 있어 서울 유력 입지에서 정비사업 추진 가능성은 더욱 낮은 현실이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막기 위해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노후 아파트단지에 대한 규제 해제를 건의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정도로 정부의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입장은 완강하다.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이 해당 단지와 주변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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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한다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개발이익이 대부분 환수되는 공공재개발은 그 과정에서 이주 등을 겪어야 하는 원주민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해 선뜻 받아들이는 지역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규제에 집중해 계속해서 확실한 공급확대 신호를 내놓지 못할 경우 서울의 주택난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하반기 각각 2만가구 이상으로 예상되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부터 1만세대 이하로 떨어진다. 3기 신도시 등이 부족한 서울의 아파트를 채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서울 입주 수요가 경기도 외곽의 신도시로 얼마나 스며들지 의문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할 확실한 방법은 재건축, 재개발이 유일하지만 이게 불가능할 경우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나 도심주변 유휴부지 발굴, 가로주택 정비사업 활성화, 35층 층수 제한 해제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이들 지역은 입지 부분에서 한계가 크기 때문에 서울 입주 수요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정치논리 아닌 시장경제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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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 및 전·월세 호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제원 기자


◆‘땜질식 규제’ 한계… 외풍 휘둘리지 말고 거시정책 펴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난맥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둘러싼 증세론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으로 부동산 이슈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을 둔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 문재인정부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가파르게 상승한 수도권 아파트값 추이와 연결되면서 혼란이 더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업계와 전문가는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이 부동산을 정책이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대전환하는 특단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집단의 조언이다.

◆틈나면 정략에 활용되면서 굳어진 ‘부동산 불패론’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방부 등과 함께 태릉골프장을 비롯한 군 부지를 택지 개발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회동해 그린벨트를 보전하되, 국·공립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태릉골프장 인근 육사 부지까지 전격적으로 택지 개발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공급대책이 가닥을 잡기 전까지 부동산 시장에서는 1주일 넘게 혼선이 빚어졌다. 7·10 대책 이후 꾸려진 ‘주택공급 확대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지난 14일 첫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그린벨트 해제론이 빗발쳤다. 국토부, 서울시가 난색을 보였음에도 부동산 민심 악화로 공급대책이 절실한 정치권이 그린벨트 해제를 밀어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서는 대형 선거를 기점으로 부동산 정책이나 국책사업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16대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후보가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했다. 당시 세종시는 물론 충청권 전역의 땅값이 급등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 여주 등 4대강 주변 땅값이 여지없이 폭등했다. 18대와 19대 대선에서는 복지 공약 전체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증세 여부를 놓고 보혁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부동산 불패론’의 학습효과만 키워나갔다. 거듭된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른바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라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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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아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의 정치 독립성을 강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입안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 가는지 의문”이라며 “시장경제를 따르면 해결될 문제까지 외부에 휘둘리면서 정책을 내놓다 보니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도 “이번 정부는 부동산을 경제가 아닌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서 “시장은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지능도 높아졌는데 좁은 시야에서만 정책을 추진하니 그게 시장에 먹히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인상 방안 등의 경우에도 다주택자를 희생자로 삼아 민심이반을 차단하려는 정략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용민 전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규제하면 신규 택지 개발만 이뤄지고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개발 마피아 세력이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아예 정치와 상관없는 건설·국토 분야 수장이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조금씩 규제를 내놓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왔다”며 “분양 원가 전면 공개나 주택 후분양제 등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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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역대 6개 정권별 서울 34개 아파트단지 시세변화 분석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서울 집값 文정부서 가장 많이 올랐다

민주화 이후 들어선 역대 정권 중 문재인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장 크게 올랐으며, 상승률은 노무현정부가 가장 높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28년 만에 100배로 벌어졌다.

경실련은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8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삼정부 출범(1993년) 이후 서울 대규모 아파트 34개 단지의 시세 변화를 정권별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5월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액은 4억5000여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노무현정부(3억7000여만원), 박근혜정부(1억7900여만원), 김대중정부(1억6600여만원), 김영삼정부(4700여만원), 이명박정부(-1억100여만원) 등의 순이었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만을 놓고 봤을 때 노무현정부 동안 94%가량 상승하면서 김대중정부(73%)와 문재인정부(53%)를 제치고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경실련이 서울 강남·북의 아파트 가격 격차도 확인한 결과 28년 만에 그 차액이 10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삼정부 출범 초기 900만원에 불과했던 서울 강남·북의 아파트 가격 차액은 김대중정부(2억3000여만원)와 노무현정부(5억3000여만원)에서 꾸준히 벌어졌다. 아파트값이 하락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격차가 4억여원으로 줄었지만, 박근혜정부(6억1000여만원)와 문재인정부(9억2000여만원)에선 그 격차가 꾸준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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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격차도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실련은 “28년간 강남권 기준 아파트 1채만 갖고 있어도 15억4000여만원의 불로소득을 얻었으나, 전·월세 무주택자는 전세금 마련에 따른 금융비용과 월세지출로 각각 3억2000만원과 4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 정부가 이 상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갈수록 든다”며 “부동산정책을 실패로 이끈 사람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개인에게는 대출 축소 등 온갖 규제를 가하는 반면 재벌과 공기업 주택건설업자, 투기꾼을 위한 특혜정책만 남발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온갖 개발계획을 남발해 문재인정부에서 역대 정권 중 가장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18개 아파트단지와 이를 제외한 서울 지역 16개 아파트단지 등 총 34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실련은 25평(84㎡) 규모 아파트 1채를 기준으로 가격 변화를 조사했다.

박세준·나기천·박수찬·권구성·이강진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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