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35년 전 제가 피해자였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변호인”이라면서 “그런 박 전 시장마저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 절망했다”고 했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은 제가 본 어떤 공직자보다 성평등 정책을 열심히 펼쳤다”며 “그러나 계속되는 선출직 고위 공직자들의 성비위 사건으로 정부와 여당은 20~30대 여성을 포함해 많은 국민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 이후 권력의 불평등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많지만 고위공직자들은 바로 자신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방관했다. 그 현실이 참혹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잇따라 부하 여직원 성추문에 휩싸인 배경을 지적한 것이다.

권 의원은 서울대 재학 시절인 1986년 노동현장에 위장취업 했다가 시국사범으로 검거돼 경기 부천경찰서에서 조사 받던 중 경찰에 의해 성고문을 당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고 당시 성고문 사건의 변호인단의 하나가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이 사건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1998년 9월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국가 개혁을 위한 시민행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희롱은 유죄'라는 첫 법정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였다. 그는 1993년 지도교수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을 신문 기사로 접하고 무료 변론에 나섰다. 6년여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법원은 '가해자는 우 조교의 정신적 피해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당시 박 시장은 "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았다고 치자. 아이에겐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문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로 성희롱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했다. 이 공을 인정받아 박 시장은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기도 했다. 박 시장은 부하 여직원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가 접수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주변에선 "자신의 지나온 생애 전체가 부정당할 수 있다는 중압감에 무너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형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