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한 마디’에 전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공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당·정 논의 과정에서 공급 부지로 거론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렸다 풀리기를 반복하면서다. 공급 부지를 확정하기 전 여론 동향을 살피는 이른바 ‘간보기 전략’으로 부동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로운 부동산 공급이 투기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상황만은 막기 위해 다양한 공급대책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것은 필수적”이라면서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선 투기 수요가 몰리는 움직임이 보였고, 태릉 골프장에 대해선 큰 변동이 포착되지 않는 등 시장 움직임이 정책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둘러싼 난맥상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당정의 대표적 ‘간보기’ 사례는 그린벨트 해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비공개 당 고위전략회의서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했다. 정부·서울시와 협의하지 않은 상태의 단순한 정책 아이디어였다. 이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그린벨트 해제는 추진력을 잃었지만 당·정의 서로 다른 메시지에 시장은 요동을 거듭했다.
지난 15일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찬반 공개 논쟁을 벌였다. 극심한 혼란 속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당정이 (해제 검토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작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틀 뒤 “그린벨트는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된다”며 상황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일대의 집값은 들썩인 뒤였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춘희(왼쪽 첫째) 세종시장, 이시종(왼쪽 둘째) 충북지사 등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행정수도 완성 지지 표명 환영 충청권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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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역시 부동산 광풍을 야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세종시에서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박종춘(56)씨는 “행정수도 이야기에 기존에 집을 내놨던 주인들이 싹 다 거둬들였고 일제히 호가가 10~20% 상승했다”며 “국회·청와대·정부가 세종시로 넘어오고 행정수도가 된다는 건 그 기대심리만으로도 집값 폭등을 추동하기에 충분한 요소”라고 말했다.
정부가 택지 개발을 논의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근 지역.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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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지로 태릉골프장이 거론되자 인근 구리시 갈매지구 등에 수요가 몰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군부지로 묶여있던 태릉골프장 개발이 본격화하면 자연히 수요가 몰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공급 부지로 거론되는 용산정비창도 근처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특히 국토부 등 정부는 “용산정비창 용적률 상향은 검토하지 않는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 과정에 “도시 전체의 용적률을 올리는 문제가 합의된다면 조금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산 정비창에 적용된 용적률로는 약 8천 가구가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용적률 상향이 적용된다면 부지 전체에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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