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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中 홍수방지한 곳 더 당했다, 16조 들인 ‘스펀지 도시’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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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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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하(夏)왕조 시조인 우(禹). 그가 왕이 된 주요 업적은 치수(治水)다. 그 정도로 홍수는 수천년간 중국인을 괴롭혔다. 올해 피해가 '역대급'이라 그렇지 현대 중국에서도 홍수는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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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하이(看海)’란 말까지 있다. 홍수로 물난리가 난 도시를 보는 게 마치 바다를 보는 것 같단 뜻이다.



‘스펀지 도시(海綿城市)’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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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의 홍수 피해 모습.[사진 이매진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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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도 홍수의 무서움을 안다. 지긋지긋한 침수 피해를 끊고자 5년 전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스펀지 도시’는 풀어 말하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도시’다. 도시가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아보겠다는 거다. 중국 주택건설부는 2015년 10월 “3년 내 865억 위안(약 16조원)을 투자해, 우한(武漢), 충칭(重慶), 난닝(南寧) 등 16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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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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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수는 인재(人災) 성격이 강하다. 배수가 잘 안 돼 빗물이 땅을 타고 그대로 강으로 간다. 짧은 시간의 폭우에 강이 범람하고 물이 다시 도시로 넘어오는 악순환이다.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는 이를 막아보려는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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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배수다. 빗물을 바로 강으로 전부 흘려보내지 않고 60~70%를 지상에서 빨아들인다. 도시 지하에 물 저장시설도 만든다. 거주지 주변엔 연못이나 습지대를 만들고, 배수 시스템을 통해 물을 빼내 저장한 뒤 나중에 꺼내 쓰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물이 부족한 시기에 저장한 빗물을 재활용해 쓸 수 있다. 도로도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과성 아스팔트로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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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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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1단계로 2020년까지 중국 내 658개 도시의 20%를 스펀지 도시로 만들고 2030년까지 그 비율을 80%로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1단계가 종료되는 올해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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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지방 일대가 홍수 피해로 몸살을 앓게 된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오히려 스펀지 프로젝트 시범 도시의 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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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우한 우창구 일대엔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물이 차 많은 노인이 지역 사회에 갇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16일 충칭시 완저우(萬州)구에서도 우차오허(五橋河)가 범람하며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끝없이 내리는 비에 도시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 홍수를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다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프로젝트는 왜 실패한 걸까. 중국 언론의 분석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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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중국 장시성 징더전에서 시민들이 보트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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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래된 도시는 대부분 현대적 배수망이 거의 없었다. 배수망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정부는 속도전을 추구한다. 중국 지린망(吉林網)은 “선진국을 보면 배수 설치에 10~15년의 기간을 두고 진행한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지하 배수시설을 3~5년에 갖추려 했다. 이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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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지도 크지 않았다. 광시장족자치구 리우저우시의 탄롱(覃融) 자연자원기획국 부국장은 지린망에 “선진국에선 도시 계획을 세울 때 지상 못지않게 지하 계획을 세운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자원 투입 대비 효과가 작은 지하시설에 대해서는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티가 안 나는’ 사업이라 일을 적극적으로 안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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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실제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돈이 없다.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그런데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면 중국 언론 예상으로 올해까지 매년 4000억 위안, 이후 2030년까지는 매년 1조 6000억 위안이 투입돼야 한다.

정작 중앙정부 관심은 줄었다. 2017년 ‘정부업무보고’ 이후 중앙 정부 차원의 스펀지 도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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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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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으론 달라질 것이다. 이번 홍수 피해가 너무 크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도, 공산당으로서도 민심을 달래려면 당분간 ‘치수’에 집중해야 한다.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인프라 건설로 코로나 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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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언제든 또 내린다. 보여주기식으로 하면 내년, 아니 올해 하반기에 또 수해(水害)를 입을 수 있다. 위쿵젠(兪孔堅) 베이징대 교수는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에서 기술자문위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그의 고백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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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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