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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충주시 폭우에 아수라장…"집까지 들이찬 개울에 몸만 빠져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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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이 순식간에 강처럼 불어서 집까지 들이치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가족을 모두 깨워서 몸만 빠져나왔어요"

어제(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척면 대소강마을 주민 63살 최양미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날 내린 집중 호우로 최 씨의 주택은 통째로 5도가량 기울어졌고 벽돌로 만든 외벽은 금이 갔습니다.

흙탕물이 세차게 집을 휘감으며 급류에 휩쓸려 내려온 나뭇가지 등 부유물이 어지럽게 건물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최 씨는 도로에 서서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집을 바라만 봤습니다.

최 씨는 "집이 '우지직'하면서 기울고 부서질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청심환을 먹었는데도 아직 가슴이 벌렁벌렁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집 밖으로 나와보니 20m 이상 떨어진 개울물이 불어 집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남편, 아들, 며느리, 손자를 깨워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가재도구는커녕 귀중품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그의 아들 가족은 휴가차 충주를 찾았다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혼비백산해 대피한 8살 손자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한동안 최 씨의 품에 안겨 울었습니다.

최 씨는 "모처럼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피해가 너무 심해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충주시 산척·엄정·앙성면 곳곳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산에서 흘러내린 흙이 덮친 앙성면 능암리의 축사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축사 안으로 토사와 바위가 쏟아져 들어왔고, 철제 컨테이너·아름드리 나무도 속절없이 밀려 내려왔습니다.

집을 잃은 가축들은 진흙을 뒤집어쓴 채 처량히 취재진을 쳐다봤습니다.

이날 산사태로 축사에 딸린 주택에 살던 앙성면의 56살 A씨가 매몰돼 숨졌습니다.

61살 주민 B씨는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땅이 흔들리더니 산이 무너져내렸다"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A씨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충주에는 전날부터 200㎜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관측 지점 강수량은 엄정면 339㎜, 노은면 186㎜를 기록했습니다.

하천이 범람하고 토사가 흘러내려 충북 북부 지역 도로 곳곳이 통행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충주∼제천을 잇는 38번 국도는 이날 산사태로 통행에 차질을 빚어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산척면 영덕리에서는 이날 유실된 도로를 점검하는 소방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충주시 관계자는 "도로 곳곳이 유실돼 복구를 위한 중장비 접근도 힘든 곳이 많다"며 "지반이 약해져 추가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충북에서는 폭우로 인해 5명 사망이 숨지고, 8명 실종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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