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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국책은행 지방이전 포석?… 균형발전위, 금융허브 연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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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금융중심지인 서울·부산 외에 전주도 연구 대상에 포함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발전위)가 금융허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균형발전위는 이달부터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아시아 금융허브 정책의 국가균형 발전전략’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균형발전위는 이달 중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연말까지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균형발전위는 연구배경에 대해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실시에 따라 아시아 금융허브의 재편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동아시아 중심 시대에 한국이 국가균형발전의 시각에서 아시아 금융허브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방향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균형발전위는 기존 금융허브 추진 지역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금융허브 추진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 금융중심지인 서울과 부산 외에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전북 전주까지 이번 연구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조선비즈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왼쪽)과 수출입은행 본점./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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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균형발전위의 연구용역 착수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최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100여곳의 공공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이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지방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균형발전위는 이달 중 구체적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이례적으로 참석해 지역 균형발전을 비롯한 혁신도시 평가 및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보고했다. 당시 보고에서는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이 달 중 진행될 추가 보고에서는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이전 지역까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우선 지방 이전 대상임에도 이전이 진행되지 않은 일부 공공기관에 대해 담당 부처별로 이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달 청와대 보고 일정이 잡히면 기존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포함한 추가 공공기관 이전 방안이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균형발전위의 연구용역이 ‘포스트 홍콩’을 차지하려고 아시아 국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재 상황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절차를 진행하면서 자본이 대이탈하는 ‘헥시트(Hexit·HongKong+Exit)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1조달러(약 1230조원) 규모의 아시아 금융허브 시장을 놓고 싱가포르와 일본 도쿄 등이 물밑 경쟁 중이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이런 국제 정세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을 지원하거나 구조조정 기업의 인수합병(M&A) 진행하면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을 서울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며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런 글로벌 비즈니스에 큰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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