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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서울 중산층 내 집 마련 기간 12년… 文 정부 출범후 3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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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내 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최근 3년 사이에 3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 소득가구의 수입 자체는 꾸준히 늘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그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4일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분기 기준으로 8.8배였던 서울의 연소득대비주택가격(PIR)이 가장 최신 집계인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11.7배가 됐다.

연소득대비주택가격(PIR)은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아 거래된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해당 가구의 연간 가계소득을 계산해, 중위소득 가구가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계산한 것이다. KB국민은행 계산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9년치 연봉을 저축하면 집을 장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2년치 소득을 꼬박 모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경기·인천 지역 거주자의 주택구매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경기 지역 중위소득 가구의 PIR은 같은 기간 7.1배에서 6.8배로, 인천은 6.6배에서 7.0배로 소폭 등락했다. 경기·인천 지역의 중위소득 가구가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저축해야 하는 기간은 대략 7년 정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비즈

지난 2017년 4월 이후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추이 /한국감정원 제공, 단위: 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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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PIR이 커진 가장 큰 원인은 서울 집값 자체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 2017년 6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를 비싼 가격 순으로 줄세운 중위매매가격은 5억3732만원이었지만, 올해 7월 들어서는 8억4683만원이 됐다. 매매된 아파트의 중간값이 3년 사이에 57.6% 오른 것이다.

하지만 소득의 증가 속도는 그에 따르지 못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가구연소득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지난 2017년 2분기 월평균 438만원(연 5256만원)에서 올해 1분기 약 536만원(연 6432만원)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의 집계 기준이 변경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구당 소득은 20%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인천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2억3303만원에서 3억10만원으로 28.8%, 경기는 2억8695만원에서 3억8559만원으로 34.4% 상승했다. 다만 가구소득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면서 주택구매력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수도 줄었다. KB국민은행이 산출한 서울 중위소득 가구의 주택구입잠재력지수(HOI)는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16.2를 기록했다. 서울의 재고주택 138만9000가구 중에서 가격이 저렴한 순으로 22만5000가구 정도만 중위소득 가구가 구입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온다. 대출 등 금융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둘러싼 실수요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반면 경기와 인천의 주택구입잠재력지수는 각각 61.2, 73.9에 달한다. 경기는 전체 재고주택 약 253만6000가구 중 61%인 155만2000가구, 인천은 전체 56만4000가구 중 74%인 41만7000가구가 중위소득 가구가 매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이라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이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과 임대사업자의 혜택 축소 등으로 주택시장의 매물을 늘리려고 유도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대만큼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패닉바잉(panic buying)이 일어날 정도로 서울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주택을 팔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4일 서울에 주택 10만가구 정도를 공급하는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집값이 안정될 경우 PIR은 다시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크거나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급 확대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서울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을 상향하더라도 (늘어난 물량의) 대부분이 임대주택으로 지어지면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늘기 힘들다"면서 "3기 신도시도 대부분 (서울) 외곽에 지어지고 서울 자체의 공급량도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서울로 쏠리는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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