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의 누수 사고 관련 손해방지비용 범위를 '누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공사비용'에 한정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배책을 악용해 인테리어 공사까지 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분조위는 최근 '누수사고시 책임보험계약상 손해방지비용의 범위'와 관련한 분쟁조정 결정서 두 건을 공개했다. 각각 현대해상(001450)과 한화손해보험(000370)을 상대로 일배책 가입자가 제기한 분쟁조정에 대해 분조위가 내린 결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13년 분조위가 일배책 누수 사고 관련 손해방지비용의 범위에 대한 결정을 내린 이후 7년 만에 새로 나온 결정"이라며 "7년 전과는 다른 결정을 내려서 보험업계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누수 사고 관련 보상 범위에 대해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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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배책은 계약자가 타인의 신체 장해, 재물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보험상품이다. 월 보험료가 500~1000원 정도인 소액 특약 상품이다. 일배책 중에서도 누수 사고 관련 특약이 보험업계의 골칫거리였다. 누수 사고 관련 특약은 월 보험료가 900원 안팎으로 매우 소액인데 비해 보험금 청구가 많고 청구 비용도 과다한 경우가 많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금감원 분조위의 2013년 분쟁조정 결정이 한 몫했다. 당시 금감원 분조위는 누수 사고와 직접 상관이 없더라도 누수 차단을 위한 방수공사비 전액을 일배책의 손해방지비용 범위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 이후 누수 관련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고 일부 인테리어 업자는 화장실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누수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일배책의 손해율은 지난해 300%를 넘어섰는데 불과 2년 만에 100%P가 오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배책을 악용해 누수와 상관없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분조위가 7년 만에 새로 내린 분쟁조정 결정에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누수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공사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배책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한 A씨는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해 아래층에 물이 새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아래층의 천장부분 교체와 욕조 백화 제거 등을 위해 25만원을 썼고, 수리업체를 통해 누수 원인을 찾고 보수작업을 진행했다. 수리비는 총 250만원이 나왔고 A씨는 일배책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는 벽면 보수비용(10만원)과 보양작업 비용(10만원), 누수원인 탐지비용(60만원)은 손해방지비용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부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분조위는 이 가운데 누수원인 탐지비용은 누수 사고와 직접 관련 있는 손해방지비용으로 보고 지급을 명령했지만, 벽면 보수비용과 보양작업 비용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벽면 보수공사는 누수가 발생한 곳이 아닌 벽면의 갈라진 곳에 대한 미장 공사였고, 보양 작업은 누수가 발생한 화장실이 아닌 화장실 입구와 이동 통로에 있는 가재도구를 보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면서 "벽면 보수와 보양 작업은 이 사건 누수사고로 인한 손해의 방지·경감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부러 누수 사고를 내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도덕적 해이는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여전히 손해방지비용의 지급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래도 7년 전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나와서 보험사의 부담은 조금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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