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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美의회 넘어선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유럽 반독점 장벽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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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청문회 계기로 유럽 내 독점 강화 필요성 커져"
유럽 청문회 의무 출석도 논의…"접근법 재고해야"
EU 집행위, 올해 안에 개정 독점 금지법 내놓을 듯

조선비즈

29일(현지 시각) 열린 '온라인 플랫폼과 시장 지배력'에 관한 미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앞서 제프 베이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온라인으로 선서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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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미국 정보기술(IT) 4대 업체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유럽 의회 청문회 출석을 강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른바 '빅4' 최고경영자(CEO)가 사상 처음 미 의회 청문회에 동시 출석해 독점 의혹에 항변한 데 이어, 유럽발 장벽 앞에 서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스페인 경제학자 출신인 루이스 가리카노 유럽의회 의원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 의회의 IT 4대 기업 CEO 청문회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도구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주요 기술 기업들의 독주를 차단할 수 있는 규정과 논의를 한층 강화하기를 열망하며, 유럽의회 안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의회에서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목표로 하는 현행 독점 금지법이 현실 디지털 경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특히 이번 미 하원 청문회를 계기로, 유럽 의회는 올해 여름 이후 경쟁 관련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히 거대 IT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는 법 개정 작업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유럽연합의 독점금지 규제 기관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책임자 마르그레타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위원은 올해 안에 독점 금지법 일부를 개정하고, 4대 IT 업체에 대한 새로운 경쟁 도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베스타게르는 지난달 29일 미 하원 반독점 청문회를 앞두고 미국 의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오늘날 경제 대부분이 디지털화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상당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일부 플랫폼의 범위와 역할은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견제받지 않고 행동할 경우 경쟁과 혁신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문지기의 역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거대 IT 기업 CEO들의 청문회 참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로서는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 최고경영자들의 유럽 의회 출석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 지난 2018년 5월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 사용자 수십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유럽 청문회에 출석한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당시 의원들이 60여분 간 질문한 뒤 주커버그가 30여분 간 답변하는 방식상 답변자가 민감한 질문은 노골적으로 피하고 편한 질문만 골라서 답변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유럽의회 경쟁 관련 법 제정을 총괄하는 스테파니 욘 쿠르틴도 의원은 "유럽의회가 '빅4' 테크 기업 CEO들과 대면할 수 있는 장이 없다"며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 최고경영자들 중 마크 주커버그를 제외하고는 유럽의회 청문회 자체를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의회의 접근법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만이 유럽의회와 대면한 유일한 기술 CEO"라며 "하지만 2018년 주커버그를 심문하는 형식은 사전에 선택된 소수의 정치인만이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회 의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기술 기업에 '디지털 세(稅)' 부과 논의도 핵심 이슈다. 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세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증대 협상에 나섰지만, 최근 EU 사법부가 애플에 대한 조세회피 과징금 부과 명령을 취소하면서 관련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다만 CNBC는 유럽 각국이 코로나발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해 수개월 내에 디지털세 과세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 전문회사 유라시아 그룹의 데이비드 리빙스턴 애널리스트는 "기술 기업들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대서양 양측의 국회의원들로부터 더욱 철저한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EU와 미국이 서로 다른 규제 접근법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이들에 대한 독점 규정안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wisd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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