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5 (토)

방역당국 괴롭히는 ‘깜깜이 감염’…’아차!’ 하는 순간 n차로 퍼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깜깜이 감염 강남구 카페…4차 감염까지 만들어
홍천 캠핑 환자도 이 카페 찾아…"연관성 확인 중"

전염력이 강한 시기에 무증상 형태로 주로 발생하는 ‘깜깜이 감염’에 방역당국이 고전하고 있다. 지역 확산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이들 깜깜이 환자로 인한 지역사회 n차감염이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깜깜이 감염’은 코로나 무증상 상태에서 강한 전염력을 갖고 있어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감염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추가 전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 2~3월 대구·경북 유행 사례나 지난 5월 서울 이태원발(發) 유행도 감염경로가 완벽히 특정되지 않은 깜깜이 사례였다.

조선비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방문했던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이곳에는 강원 홍천군 캠핑모임 확진자도 다녀갔던 것으로 조사됐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지역발생 환자는 최근 2주간(7/19~8/1) 하루 평균 16.9명으로, 직전 2주간(7/5~18)의 21.4명에 비해 5명쯤 줄었다. 지역사회 코로나 확산이 감소세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환자는 같은 기간 10.2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잇따른 탓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강남구 카페(할리스커피 선릉역점) 집단감염으로 이날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 12명을 기록했다.

이 집단의 감염원으로 여겨지는 A씨(근원환자)는 첫 전파를 일으킨 지난달 22일 카페 회의 당시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회의에서 참가자 1명(지표환자·한 집단감염에서 가장 처음 발견된 환자)에 코로나를 옮겼고, 직장 내에서 또 다른 감염자 1명을 만들어 냈다.

A씨는 양재동 족발식당도 찾아 식당 운영자에 코로나를 전파했고, 식당 운영자는 지난달 27일 이 식당을 방문한 손님 2명에게 코로나를 옮겼다. 이어 지인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지인이 가족 3명에 추가 전파를 일으켰다. 강남구 카페 관련해 순식간에 4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강남구 카페는 강원 홍천군 캠핑모임 집단감염과도 연결된다. 캠핑 집단감염의 근원환자로 추정되는 B씨가 A씨와 같은 일시에 옆 테이블에서 30분 정도 머물렀던 것이다. B씨는 카페 방문 이후 코로나 감염 사실을 모른채 홍천 캠핑장에서 6가족, 18명이 참가하는 캠핑 모임을 가졌고, 2박3일간 머물렀다. 캠핑 당시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함께 모여 식사를 하거나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날까지 캠핑장 누적 환자는 B씨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다만 카페와 캠핑 집단감염의 연관성은 완전히 특정되지 않았다. 카페에서 코로나 전파가 일어 났을 수도 있고, 두 집단의 감염원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B씨의 감염경로 역시 현재는 ‘불분명’이다. B씨도 ‘깜깜이 환자’인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강남 카페의) 회의 테이블 구조 등을 봤을 때, (B씨가 있었던) 3m 떨어진 테이블과 (A씨의) 위치가 등지는 상황이어서 직접 접촉을 통한 감염보다는 손잡이라든지, 다른 어떤 물건에 따른 전파를 생각해 볼 수도 있어 현재 분석 중"이라고 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A와 B씨가 감염됐을 당시 강남, 또 선릉역 인근에 또 다른 코로나 클러스터들이 여러 개 있었기 때문에 강남 카페와 홍천 캠핑장 사례 확진자들이 별도의 감염 연결고리로 우연히 그 자리에 모여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최근 방역망 내 관리 환자 비율이 4월 이후 80%를 넘었다고 밝혔다. 방역망 내 관리 환자는 신규 환자가 가운데 방역당국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자가격리 상태에서의 확진 비율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80% 이상이라는 것은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은 비율이 20% 미만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지역사회 내 확산 위험성은 낮은 상태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도 낮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비율이 80% 이상일 때, 국내 의료·방역 체계가 무리없이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라도 지역사회에 폭넓게 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권 부본부장은 "항상 환자발생이 줄어들 때 그 떄 더 주의하지 않고, 방심하면 코로나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 취약한 연결고리를 파고 든다"며 "8월 휴가나 방학, 여러 활동을 얼마만큼 안전하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반기, 가을철 그 이후 코로나 유행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앞으로 코로나 유행이 악화되고, 환자가 늘어면 의료체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면서 사회 전반이 극심한 혼돈에 빠질 것"이라며 "반드시 코로나를 지금처럼 최대한 억제하면서 가을 이후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