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생수 회사 눙푸산취안(農夫山泉·Nongfu Spring·농부산천)이 이르면 다음 달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이번 기업공개(IPO)로 눙푸산취안은 최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창업자 중산산 회장은 반년 사이 회사 두 개를 상장시켜 중국 최고 부자로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31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고에 따르면, 눙푸산취안은 IPO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9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 이미 4월 2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중국 눙푸산취안 창업자인 중산산. /차이나데일리

눙푸산취안은 건설 노동자·기자 출신인 중산산(鐘睒睒·65) 회장이 1996년 설립한 생수·음료 회사다. 본사는 그의 고향인 저장성 항저우에 있다. 눙푸산취안은 1997년 ‘포장 음용수(생수)’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과즙음료, 2004년 기능음료를 잇따라 내놓으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핵심 제품은 생수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매출에서 생수 제품 비중은 59.7%에 달했다. 기능음료(15.7%), 차(茶)음료(13.1%)가 그뒤를 이었다.

눙푸산취안의 생수 제품. /눙푸산취안

중국 생수 시장에서 눙푸산취안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중국 수퍼마켓을 가면 빨간 바탕에 흰색으로 눙푸산취안이라 쓰여 있는 생수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컨설팅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보고서에 따르면, 눙푸산취안은 2012~2019년 중국 생수 시장에서 8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차음료, 기능음료, 과즙음료 부문 시장 점유율도 모두 3위 안에 들었다고 한다.

눙푸산취안은 중국 7대(화동, 동북, 화중, 화남, 서북, 서남, 화북) 지역에 수원지 10곳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제품이 공급되는 중국 내 소매상은 237만 곳으로 집계됐다. 그중 약 79%에 해당하는 187만 곳이 지방 3~4선 도시에 있다. 그만큼 대도시뿐 아니라 중국 중소도시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뜻이다.

중국 눙푸산취안의 차음료 브랜드 차파이((茶π)의 광고 모델로 지드래곤이 발탁됐다. /눙푸산취안

중국 매체 IPO짜오즈다오는 "중국 전역에 수원지를 갖췄다는 것은 전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운송 반경을 단축해 생산 라인에서 운송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라며 "물류 비용을 억제해 이윤 수준이 보장된다"고 분석했다.

눙푸산취안의 지난해 매출은 240억2100만 위안(약 4조1000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7.3% 증가했다. 순이익률은 2018년 17.6%, 2019년 20.6%로, 중국 국내외 업계 평균(10%)을 웃돌았다. 업계에선 "역시 물장사는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온다.

창업자 중산산 회장은 4월 제약사 ‘베이징 완타이(Beijing Wantai Biological Pharmacy Enterprise)’ 상장에 이은 눙푸산취안 상장으로 돈방석에 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완타이는 4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에 지드래곤이 광고하는 차음료 브랜드 차파이(茶π)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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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4일 기준 그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는 14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에 달한다. 그는 포브스가 전 세계 부호의 자산 가치를 집계해 매기는 ‘억만장자 2020’ 순위에서 1063위에 올라 있다.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 초등학교를 중퇴했던 그의 자수성가 스토리에 중국인은 큰 지지를 보낸다.

현재 중 회장은 눙푸산취안 지분 87.44%를 갖고 있다. 이 중 69.58%는 눙푸산취안과 베이징 완타이의 모회사인 양성탕(養生堂)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 눙푸산취안이 상장되면 그의 자산 가치는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드래곤은 4월 1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 눙푸산취안의 차파이 제품을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중국어로 “꽃이 피었다, 나는 돌아왔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드래곤 웨이보 계정

중 회장은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전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4월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권지용)을 차음료 브랜드 차파이(茶π)의 중국 시장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중 회장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내린 후 한류 스타가 중국 기업 광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지드래곤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차파이 음료를 들고 있는 광고 사진을 올리며 중국어로 "꽃이 피었다, 나는 돌아왔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드래곤은 군 입대 전인 2017년에도 빅뱅 멤버들과 함께 차파이 음료 광고 모델을 한 적이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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