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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총재들의 합창’ “막아야 (경제도) 산다”…트럼프는 “학교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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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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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경제를 살리려면 아주 염격한 봉쇄(lockdown)를 한 달 이상 시행해야 한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내놓은 ‘경제 살리기 해법’이자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주장한 ‘봉쇄를 풀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접근과는 정반대 논리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일(현지시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한 달 내지는 6주 가량 봉쇄령을 내리는 것만이 튼튼한 경제 회복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불행히도 오랜 기간 매우 더 많은 일자리 손실과 파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2.9%(연율 환산·전 분기 대비)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만회하려면 더 적극적인 경제활동 재개가 필요하다는 트럼프 행정부 등의 주장에 대해, ‘그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는 공개 경고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나온 셈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기준금리 등을 결정하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5명의 연방준비은행 총재 가운데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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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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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카리 총재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 12명밖에 없는 연방준비은행 수장들의 ‘경제위기 경고’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대체로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기 힘들어졌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경제 지표에 집착하기보다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사람도 살고 경제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일 온라인 연설에서 “미 경제의 회복세가 7월에는 둔화됐다”라며 “앞으로 회복 추세도 기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예상보다 더 끈질긴 것으로 판명됐으며, 코로나19에 승리를 선언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내려졌던 이동제한령이 해소된 직후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한 달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실업률 전망치를 좀 더 높였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말 미국 전역의 실업률은 9~10%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초기에 생각했던 것(8%)보다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직접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의 경제 회복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3일 연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경제가 가졌던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역풍이 불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앞길은 바이러스가 잡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사이 미국은 하루 5만~7만명씩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초기 환자 증가세를 기준으로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진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세웠던 각종 전망을 다시 써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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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열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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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 전부를 걸고 있는 듯한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나스닥(지수) 사상 최고기록! 만약 ‘슬리피 조’(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칭)가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당신의 일자리와 주식, 연금은 모두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올렸다.

9월 새학기를 앞두고 논란 중인 등교개학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대문자로 “학교를 열어라(OPEN THE SCHOOLS)!!!”라는 짧고 굵은 트윗을 올렸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말한 “당장 한 달 이상 봉쇄령이 필요하다”는 경고와는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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