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력 부족해 실시 안해
전문가 “가평 펜션 참사, 옹벽 보강 제대로 했어도…”
국가안전대진단 대상 지자체가 선정…기준 제각각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 위로 토사가 무너져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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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핑계로 전국의 시군구가 매년 전국의 주요 시설을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이하 대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는 급경사지 등 토목·건축 분야를 점검하는 대진단을 건너뛰어 가평 펜션·평택 공장 토사 매몰 등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시군구는 관할 지역 내 숙박 시설을 포함, 위험 시설을 매년 자체적으로 선정해 대진단을 실시해 왔다. 올해는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한 달간 27개 중앙부처,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건축물·시설물 등 4만8097개소를 점검하기로 계획됐다. 점검 항목으로는 건물의 옹벽 균열, 건축물 기초의 기둥·보 등 균열 등이 포함됐다. 토목 분야에서는 사면(급경사지) 등을 점검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일 토사가 덮쳐 3명이 숨진 경기 가평의 목조 펜션은 이번 대진단 대상에는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군구가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진단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점검과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공립 시설과 마찬가지로 펜션 등 숙박시설도 대진단 점검 대상이 맞다”며 “다만 점검 대상은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시군구에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처 중심으로만 대진단을 시행했다”며 “사고가 난 가평 펜션은 관할 지자체를 통해 (실시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평군 측은 “전국 시군구는 코로나19로 인해 대진단을 시행하지 않았다”며 “우리 군에서도 국민안전대진단을 진행한 경우는 0건”이라고 밝혔다.
가평군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경기 가평군 사유리에 위치한 펜션을 점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점검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진단을 제외하고 안전재난과 관련해 군청이 직접 펜션이나 시설을 점검할 의무 사항이나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호우로 매몰된 가평 펜션은 산사태 취약 지역에서도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정해진다. 산림청 기초 조사와 지자체의 현장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위험도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지자체장이 산사태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상위 1·2등급에 해당한 곳을 취약 지역으로 선정한다.
가평 펜션처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선정해 대진단 등 재난안전점검에서 누락되거나 산사태 취약 지역에서 빠진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장 감식을 나가보니 옹벽은 무너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사전에 지질 특성을 고려한 옹벽설 계와 시공이 제대로 된 건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대진단에 포함만 됐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너진 가평 펜션은 산림청 산사태 취약 지역이나 급경사지 위험 지역에서도 빠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교수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급경사지 위험 지역은 전국에 약 4만곳 정도이며 산림청에서는 산사태 취약 지역 약 2만곳을 추산해서 따로 관리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6만곳 이외에도 전국의 급경사지·산사태 취약 지역이 100만곳 정도 있다고 파악된다”며 “지자체가 제대로 된 검토없이 자체적으로 대진단 시행 여부를 결정하고 산사태 위험 지역을 선정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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