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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호흡기 영향’ 코로나19 바이러스, 혈관에도 염증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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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연구팀, 원숭이 동물실험에서 확인

감염 7일 뒤 바이러스 미감지…위양성 실마리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제·백신 개발 단초”


한겨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국가영장류센터의 한 연구원이 붉은털원숭이(레서스 마카크)를 안고 있다. 생명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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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관뿐만 아니라 혈관에도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5일 “산하 기관인 국가영장류센터의 홍정주 선임연구원(충남대 수의과대 교수 겸임) 연구팀이 영장류 감염모델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관의 염증을 유발하고 면역억제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과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이용할 영장류 감염모델 개발에 착수해 중국, 네덜란드, 미국에 이어 네번째로 성공했다. 영장류 감염모델이란 병원체를 감염시켜 인체와 비슷한 임상증상을 나타내도록 만든 영장류 실험동물이다. 연구팀은 이때 개발한 레서스 마카크(붉은털원숭이)와 게잡이 마카크(필리핀원숭이) 등 2종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코나 입 등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연구팀이 원숭이들의 행동과 증세 등을 관찰하고 감염 상태를 진단해보니,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관에도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혈관 염증은 감염된 지 사흘이 지나서도 유지됐다.

또 코로나19 감염 뒤 이틀 동안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에 면역결핍 환자한테서 관찰되는 면역억제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투여된 뒤 이틀 동안 원숭이들 목과 폐 등에서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식되고 이후 급격히 감소해 감염 7일 뒤에는 감염 활동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진단 때 양성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위양성 진단 문제를 설명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실험에서 80% 이상의 원숭이들은 급성 감염 증상으로 체온이 증가했는데 이때 상부기도와 폐 부위에 바이러스 증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든 실험 대상 동물에서 간질성 폐렴(폐포 벽 부위에서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이 생겼는데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경증보다는 심한 중증이었다.

또 혈관염으로 진행되는 혈관내피염도 모두 관찰됐다. 특히 바이러스가 제일 활발한 급성기간에 면역세포가 전반적으로 사라지는 림프구(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 일종) 감소증이 혈액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두 종의 마카크는 감염 급성기간을 거치면서 대부분 극복하는 경향을 보여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되는 인간 환자를 잘 모사하는 것 같다”며 “영장류 모델은 인간 환자에게서 알기 어려운 감염 초기 급성 상태에서의 체내 변화에 대한 임상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감염병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감염병학회지’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3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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