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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진료보조’가 대리수술까지…“불법의료 막으려면 의사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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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회견서 실태 고발

‘증원 반대’ 파업 예고한 의협 비판도

전공의들은 7일 하루 파업 강행


한겨레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본부 생명홀에서 ‘의사 인력 부족이 만든 불법의료 현장 고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대학병원 내 진료보조인력(PA)의 업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사 인력 부족으로 생기는 수술, 시술, 처치, 처방 등 각종 업무 공백을 진료보조인력이 메우고 있었다고 밝히며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인력 확대를 촉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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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은 2009년 산부인과·외과 등 전공의가 부족한 진료과에서만 19명의 피에이(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뽑았습니다.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현재는 66명까지 늘어난 상황입니다. 인턴이 해야 할 수술 어시스트는 물론, 수술이 끝난 뒤 봉합까지 피에이가 하는 진료과도 있습니다. 66명의 피에이를 채용했다는 건 원래 그 일을 해야 할 66명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상급종합병원 24년차 간호사 ㄱ씨)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연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의료 현장에서 ‘피에이’(진료보조인력)로 불리는 간호사들이 불법적으로 의사들의 업무를 대행하는 실태를 고발했다. 노조 설명을 종합하면, 피에이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년간 의대 정원을 묶어둬 의사 인력난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려고 대형종합병원 등이 임의로 운영하고 있는 직역이다. 주로 간호사·응급구조사·의료기사 등이 병원의 인력 수요에 따라 피에이로 차출된다. 노조는 현재 전국 병원에 1만명가량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피에이로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노조가 전국 29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피에이는 의사를 대신해 △대리수술 △대리처방 △진단서·수술동의서 등 작성 △명절 등 의사 부재 시 의사 업무 대행 등 의사 인력 부족으로 생긴 업무 공백을 메우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ㄴ씨는 “우리 병원 간호사가 병원 지시로 심장초음파 대리검사와 진단 행위를 했다가 최근 고발을 당했다. 병원이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간호사에게 알려주고 대리처방을 하도록 강요하거나, 수술 동의서를 간호사한테 받게 한 뒤 주치의 서명란에 허위로 담당 의사 이름을 적도록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병원들이 의료법에도 없는 피에이를 임의로 운영해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촉구했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의사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며 14일 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거듭 대화를 제안했다. 의협은 전날 국무총리실과 대화하겠다며 복지부와의 만남을 거부한 바 있다. 이날 오후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대전협은 7일로 예정된 전공의 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7일 전공의 파업의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교수나 전임의 등이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애로사항 말고는 진료상 큰 차질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선담은 황예랑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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